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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소연의 볼록렌즈] 펫숍

등록 2016-04-25 19:11

펫숍 앞에는 늘 쇼윈도를 들여다보는 사람들이 있다. 한 칸에 한 마리씩,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강아지들이 그 안에는 담겨 있다. 잠을 자거나, 졸거나, 축 처져 있다. 눈곱은 새까맣게 붙어 있고, 맥없이 주로 늘어져 있다. 기운이 하나도 없어 보이고 어딘가 아파 보이기도 한다. 그런 강아지들을 보고서 사람들은 “어머, 귀여워!” 하고 소리치며 갖고 싶다 발을 동동 구르기까지 한다. 유리창 안팎의, 강아지들과 열광하는 사람들을 한꺼번에 구경하며 괴이한 풍경을 만난 듯 나는 번번이 표정이 일그러지곤 한다. 강아지가 귀엽지 않다는 건 아니다. 자그마한 몸집. 인형 같은 털. 귀엽기는 하다. 하지만 저 아픈 듯한 모습 때문에 귀엽다는 느낌은 도저히 들지 않는다. 연약하다 못해서 안쓰럽고 불쌍하다는 생각이 더 든다. 저렇게 놔둬도 되는 걸까 걱정이 된다. 마음이 쓰여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 힘이 전혀 없어 보이는 강아지가 있을 때면 저런 상태의 강아지를 꼭 전시해야 했을까 싶어, 가게 주인에게 화가 나기도 한다. 그 모습이 귀엽다고 소리치니 아무래도 나는 괴이한 것이다. 저들의 눈에는 아파 보여서, 더 연약해 보여서 더 귀여워 보이는 것일까. 아니면 혹시라도, 강아지의 건강하지 못한 상태는 보이지 않고 그저 자그마한 형태만이 보이는 걸까. 전시된 강아지도 그렇지만, 상태는 안 보이고 형태만 보였을지도 모른단 생각 때문에 그곳을 지나칠 때마다 괴이하고 섬뜩하다.

김소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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