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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한겨레 프리즘] 신공항 2차전, 대구의 침묵 / 구대선

등록 2016-04-26 21:15

딱 두 달 뒤면 영남권 신공항 입지가 결정된다. 이번에는 가덕도냐 밀양이냐를 놓고 7년여를 끌어온 지루한 싸움이 끝나지 않을까 싶다. 영남권 신공항은 2007년 8월, 이명박 후보가 대선 공약으로 내걸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부산시는 가덕도에 공항이 들어서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경남과 울산, 대구·경북은 밀양에 공항을 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정작 속을 들여다보면 경남, 울산의 어정쩡한 태도 때문에 밀양에 와야 한다는 대구와 가덕도에 목을 매는 부산의 사활을 건 한판 싸움이다. 대구에서는 “1천만 영남 사람들이 가장 이용하기 편리한 곳이 밀양”이라고 주장하지만 “가덕도만한 적지가 어디 있느냐”는 부산의 반격도 만만찮다.

국토연구원이 나서서 조사를 해봤더니 가덕도와 밀양 둘 다 모두 경제성이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래서 2011년 3월에 벌어진 1차전은 무승부로 돌아갔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들의 거센 반발에 신공항 사업이 다시 강행되면서, 국토교통부가 꼭 1년 전 이맘때 외국의 전문기관에 “가덕도냐 밀양이냐를 다시 한번 가려달라”고 용역을 맡겼다. 결과 발표가 임박하면서 대구와 부산의 2차전이 다시 불붙었다.

신공항 발표가 코앞에 다가왔지만 대구는 조용하다. 너무 조용해 적막강산이다. 신공항 기사를 다루는 언론도 찾아보기 어렵다. 시끌시끌한 부산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외부에서는 대구가 아무래도 믿는 구석이 있는 모양이라고 입방아를 찧는다.

할 말 못할 말 다 퍼붓는 게 선거인데, 4·13 총선 때도 신공항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대구에서 출마한 새누리당 정종섭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후보 등 몇몇이 잠깐씩 거론했을 뿐이다. 지난 18일 열린 대구 새누리당 당선인 모임에서도 7명이 참석했지만 영남권 신공항은 중요하게 거론되지 않았다. 다른 때 같으면 어깨띠 두르고 사진 찍고, 결의문 채택하고 기자회견까지 해가며 난리법석을 떨었을 텐데, 이날 모임은 차분했다.

당선자들은 “정치적으로 논란이 불거지면 4년 전처럼 신공항이 무산될 수도 있다. 차분히 진행 상황을 지켜보자”는 결론만 냈다고 한다. 그동안 과격한 활동도 서슴지 않았던 민간단체 ‘남부권 신공항 범시도민 추진위원회’도 총선 전에 성명서 1장만 내놓고는 굳게 입을 다물고 있다. 매우 이상하지만 뚜렷한 저의를 알 수가 없다.

대구시의 처사는 더욱 납득하기 어렵다. 신공항 추진단 사무실이 입주해 있는 대구시청 별관 11층 복도에는 밀양과 가덕도의 장단점을 설명해놓은 포스터만 달랑 1장 나붙어 있다. 여기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영남지역에 공항이 몇개나 있는지, 이용객들이 얼마나 되는지 등 기본적인 현황 파악조차 못해 쩔쩔맨다. 권영진 대구시장의 행보는 이해하기 어려울 만큼 소극적이다. 2년 전 대구시장에 취임할 때 밀양 신공항에 대해 견해를 밝힌 것 말고는 뚜렷한 유치활동이 없다. 권 시장한테는 밀양에 공항을 유치해야 하는 절박함이나 간절함이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부산에서는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이 경쟁적으로 나서서 가덕도 공항 유치를 약속한다. 만약 가덕도에 오지 않으면 민간자본을 끌어들여서라도 자체적으로 공항을 짓겠다고 벼르는 분위기다. 가덕도 유치에 실패하면 시장직을 내놓겠다는 서병수 부산시장의 각오에는 비장함마저 감돈다.

구대선 영남팀 기자
구대선 영남팀 기자
오는 6월 말 신공항 최종 발표를 앞두고 대구의 민간단체, 정치권, 대구시청은 한결같이 ‘위’(?)만 쳐다보면서 두 손을 놓고 있다. 말없이 조용히 있으면 “위에서 다 알아서 챙겨주시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를 걸고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구대선 영남팀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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