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김소연의 볼록렌즈] 오월

등록 2016-05-02 19:16

머리를 맞대고 불고기를 구워 먹던 가족이 옆 테이블에 있었다. 먼저 수저를 놓은 아버지가 아이들에게 말했다. 이번 어린이날은 아무 데도 안 갈 거야. 아이들은 찡그리고 투덜대기 시작했다. 어린이날은 어딜 가도 사람들이 너무 많아. 온종일 줄만 섰잖아. 대신 다른 날에 캠핑 가자. 아이들은 더더욱 얼굴을 찡그리고 더 큰 목소리로 투덜댔다. 그 가족의 대화를 듣고서야 오월이 왔구나 했다. 어린이날에 대한 특별한 기억이 있진 않지만, 어린이날만 되면 마냥 제 세상인 듯 좋아했다는 기억은 있다. 엄마가 심부름을 시켜도 오늘은 어린이날이잖아요 하고 즐겁게 핑계를 댔다. 오월은 그나마 따뜻했던 추억들을 떠올릴 수 있는 시간이다. 일 년 중 가장 화사하고 가장 분주하다. 노동절로 시작하여 어린이날이 오면, 다음은 어버이날이다. 색종이로 오려서 만든, 삐뚤빼뚤한 내 카네이션을 자랑스럽다며 가슴에 달고 출근하던 아버지가 따뜻한 기억 속에 고이 저장돼 있었다. 엄마의 낡은 상자 속에는 어버이날마다 자식들이 드린 편지가 고이 간직돼 있다. 올해는 새 티브이를 사드리기로 약속했다. 어버이날 다음은 석가탄신일. 스승의 날도 있고 성년의 날도 있다. 그리고 그다음. 민주화운동 기념일이 있다. ‘민주화’라는 말을 공식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기까지도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는 생각을 하고 있자니, ‘기념일’이라는 단어도 생경하게 다가온다. 기억하고 생각한다는 게 무엇일까.

김소연 시인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