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대 시인의 붓]화엄경
새싹은 하나의 이념
가장 깊이 이르러서
가장 얕은 곳으로 올 줄 아는 이의 약속이다
우주 이래, 지구 이후
흘러온 기억이 개화할 때
쪼그려 앉아 귀를 세우고
아주 멀리서 왔으므로 무척 작아진 소리를 듣는다
우주에서 음표 하나가 빠져나와서
이토록 작고 푸르다
불가사의는 하찮게 실현되고 이념은 클수록 소박하다
햇볕 속에 단 하나의 세계를 건설하고
음악으로 돌아갈 것이다
-시집 <그리움의 넓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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