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시론] KBS 위기의 또다른 심각성 / 강형철

등록 2016-07-07 18:12수정 2016-07-07 20:27

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세월호 사건 때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이 <한국방송>(KBS) 보도국장에게 전화해 정부 우호적 편집을 주문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 여당의 주장으로 이것이 홍보수석의 통상 업무라니 지금도 그러고 있는 모양이다. 정권에 취약한 한국방송의 현실은 뉴스에 그대로 드러난다. <시사인>이 실시한 시청자 조사에서 한국방송 신뢰도는 2014년 38.7%에서 2015년 26.7%로 떨어졌다. ‘미디어미래연구소’가 지난해 말 언론학자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미디어 평가 조사에서도 한국방송은 신뢰성과 공정성 부문 모두에서 5위에 그쳤다. 2008년에 신뢰도 1등, 공정성 2등이던 것이 이렇게 내려앉았다.

시청점유율과 품질평가도 동반 하락 중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조사하는 텔레비전 이용점유율이 한국방송은 2015년 현재 24.5%로 전년도에 비해 3.9%포인트 줄었다. 여론집중도조사위원회가 조사하는 뉴스·시사보도 프로그램 이용점유율도 한국방송은 2012년 55.9%, 2015년 29.9%로 해마다 떨어지는 중이다. 프로그램 만족도와 품질을 평가하는 방통위의 시청자평가지수(KI)도 하락 추세다. 광고 수익도 마찬가지다. 지난 상반기에 한국방송의 텔레비전 광고 매출은 195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2% 줄었다.

상반기 한국방송의 거의 유일한 히트작 ‘태양의 후예’는 회당 평균 28.6%의 시청률로 평균 7.7억의 광고를 수주했다. 그런데 케이블 채널인 티브이엔(tvN)의 ‘응답하라 1988’은 평균시청률 19.6%만으로 한 회 평균 8.6억원의 더 많은 광고비를 벌었다. 이러한 수익 차이는 케이블 채널이 중간광고를 할 수 있지만 한국방송은 그렇지 못한 이유가 크다. 하지만 티브이엔이 ‘응답하라’라는 흥행 보증 브랜드로 ‘1988’편을 시작했고, 한국방송은 그렇지 못했던 차이가 또 다른 원인이기도 하다. ‘응답하라 1988’은 방영 전부터 광고주를 미리 확보하며 충분한 수익을 올렸지만 ‘태양의 후예’는 방영 후 시청률이 확인되고 나서야 뒤늦게 광고주들이 나섰을 것이다. 한국방송은 광고주가 관심 두는 20~40 연령대의 선호 브랜드를 갖추고 있지 못하다.

한국방송은 차별성과 시청점유율이라는 공영방송에 핵심적인 두 가지 축 모두를 잃고 있다. 차별성이란 프로그램 품질이 사영방송과 구별되는 정도를 뜻한다. 시청점유 축소는 경쟁 미디어와 채널이 늘어나는 현 상황에서 불가피하다. 그러나 차별성 축소는 그렇지 않고 정권의 개입과 깊은 관련이 있다. 정권이 뉴스에 관여하니 공정성이 확보될 리 없다. 뉴스가 공정하지 않으니 시민단체와 야당이 수신료 인상에 반대한다. 광고는 줄고 수신료는 정체된 상태에서 경영진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제작비를 줄이고 상업경쟁에 뛰어드는 것이다. 지난 5월 단행한 조직개편도 이런 경향의 한 단면이다. 보도와 오락 모두가 차별성이 없어지는 셈이다.

그런데 더 심각한 것은 차별성 없는 공영방송은 장기적으로 점유율이 더 떨어지기 마련이라는 사실이다. 공영방송에 대한 기대와 규제 수준은 여전히 높다. 그러므로 이것이 ‘막장 드라마’ 등의 저비용 고효율 전략을 본격적으로 활용하기엔 한계가 있다. 공영조직에 내재한 비경쟁적 요소도 무시할 수 없다. 같은 방식으로 사영방송들과 싸워서는 승산이 없다. 지금 유일한 탈출구는 정권의 관여를 제어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이와 함께 수신료를 올려야 한다. 이것을 위해 한국방송 쪽의 의지와 정치권, 그리고 시민사회의 노력이 함께해야 한다. 차별성도 점유율도 낮은 공영방송의 마지막 길은 그것의 폐지이기 때문이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