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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론] 성주가 진짜 분노하는 이유 / 이용중

등록 2016-07-17 16:37수정 2016-07-17 19:01

이용중
동국대 법대 교수

주한미군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지역이 경북 성주로 결정된 뒤 후폭풍이 거세다. 정부로부터 언질 한번 듣지 못한 채 일방적인 통보를 받은 성주 주민들의 분노는 하늘을 찌를 기세이다. 성주 주민들의 우려가 사회적으로 확산되는 조짐을 보이자, 대통령은 지도까지 펴가며 사드 레이더 전자파의 ‘무해함’을 강변하고, 더 이상의 논의를 “불필요한 정쟁”이라고 단번에 정리했다. 이에 따라 국방부 장관도 현지 주민들에게 사드가 배치되면 자신이 레이더 앞에 서서 직접 시험해보겠다며 전자파 발생과 이에 따른 환경오염이 근거 없는 낭설이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러한 입장은 사드 문제의 본질을 회피하고 이를 레이더 전자파와 이에 따른 환경 문제에만 국한시키고 있다. 사드는 패트리엇 미사일 같은 단일체계의 요격용 무기가 아닌 21세기 미국의 첨단 전략자산이다. 전략자산이란 특정한 군사적 기능을 넘어 배치 여부가 지역질서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무기를 지칭한다. 사드는 미국의 미사일방어(MD) 계획을 구현하는 거점이다. 동북아시아에서 미사일방어 계획의 목표는 다름 아닌 ‘중국 포위’이다. 중국이 반발하고 러시아가 동조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성주에 사드가 배치되면 우선 중국이 즉각 군사적 대응을 할 것이다. 중국의 대응은 크게 세 가지로 예상된다. 첫째는 중국의 전략자산을 성주에 배치된 사드를 향해 대응 배치할 것이다. 둘째는 러시아와의 군사동맹을 한층 강화시키며 이에 따라 극동러시아의 전략자산이 한반도의 남쪽(성주)으로 집중될 것이다. 셋째, 북한의 군사적 대응 능력을 지원하여 간접적으로 주한미군을 견제할 것이다. 사드가 배치돼도 중국이 지금처럼 북핵 불인용 기조를 유지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결국 사드의 배치는 군사대국인 미국, 중국, 러시아를 우리 땅으로 끌어들여, 한·미·일과 북·중·러가 대립하는 신냉전 구도를 형성하는 촉매가 될 것이다. 19세기 말 청국과 일본, 러시아가 한반도 위에서 서로의 패권을 다투었던 상황과 다름없다. 고래 싸움의 새우 격이 된 성주 주민들의 당혹과 우려를 지역이기주의로 치부함은 가당치 않다. 유사시 가상적국의 1차 타격 목표는 성주이기 때문이다.

국가안보를 위한 최선의 방책은 한반도 평화를 공고히 하는 것이며, 평화를 위한 첫걸음은 군축 - 무장을 가볍게 하는 데 있다. 평화를 원한다고 더욱 강력한 첨단 무기를 배치하면 상대편도 같은 방식으로 대응해 결국 전쟁으로 치닫는 것은 인류 역사가 주는 교훈이다. 북한 핵무기는 핵확산금지조약(NPT)이라는 거대 국제규범의 모순에서 비롯된 문제이므로, 사드를 배치한다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의지를 단번에 꺾을 수 없다. 더욱이 성주 기지의 사드로는 수도권 방어가 불가능하다. 이는 사드가 일차적으로 주한미군기지의 방어를 위해 배치된다는 것을 시사한다. 미국의 세계전략은 항상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할 뿐이다.

사드 배치 자체는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따른 군사주권적 행위일 수 있다. 하지만 사드가 가진 작전범위가 필요에 따라 중국과 극동러시아를 포괄한다면 이는 분명 외교적 문제이다. 북핵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와 유엔의 제재도 이런 외교적 고려가 전제돼 있다. 더욱이 한-미 상호방위조약 제4조에 따라 미군의 한반도 배치는 ‘상호 합의’에 의거한다. 사드 같은 전략무기를 배치하려면 한-미 간 이행협정을 체결해야 하며, 이는 당연히 국회의 동의 대상이다. ‘군사주권’이나 ‘방어용’ 같은 말은 북한이 핵개발의 명분으로 종종 내세우는 수식어다. 우리 정부가 사드를 북핵과 맞바꾸는 자충수를 두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무엇이 국가의 안전이고, 국민의 안위이며, 군사주권인지 진지하게 재고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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