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성기완의 노랫말 얄라셩
박정희의 폭정과 ‘햇님’
박정희의 폭정과 ‘햇님’
햇님
작사·곡 신중현 노래 김정미 하얀 물결 위에 빨갛게 비추는
햇님의 나라로 우리 가고 있네
둥글게 솟는 해 웃으며 솟는 해
높은 산 위에서 나를 손짓하네
따뜻한 햇님 곁에서 우리는 살고 있구나 고요한 이곳에 날으는 새들이
나를 위하여 노래 불러주네
얼마나 좋은 곳에 있나 태양 빛 찬란하구나 얼굴을 들어요 하늘을 보아요
무지개 타고 햇님을 만나러
나와 함께 날아가자
영원한 이곳에 그대와 손잡고
햇님을 보면서 다정히 살리라
라라라 라라라 라라라 라라라
라라라 라라라 라라라 라라라 *신중현이 짓고 전설의 여가수 김정미가 부른 ‘햇님’은 한국적 사이키델릭 록의 최고봉이다. 신비스러운 명반에 수록된 이 평화로운 노래가 발매된 것은 박정희의 폭정이 극에 달했던 1973년이었다.
작사·곡 신중현 노래 김정미 하얀 물결 위에 빨갛게 비추는
햇님의 나라로 우리 가고 있네
둥글게 솟는 해 웃으며 솟는 해
높은 산 위에서 나를 손짓하네
따뜻한 햇님 곁에서 우리는 살고 있구나 고요한 이곳에 날으는 새들이
나를 위하여 노래 불러주네
얼마나 좋은 곳에 있나 태양 빛 찬란하구나 얼굴을 들어요 하늘을 보아요
무지개 타고 햇님을 만나러
나와 함께 날아가자
영원한 이곳에 그대와 손잡고
햇님을 보면서 다정히 살리라
라라라 라라라 라라라 라라라
라라라 라라라 라라라 라라라 *신중현이 짓고 전설의 여가수 김정미가 부른 ‘햇님’은 한국적 사이키델릭 록의 최고봉이다. 신비스러운 명반
따뜻한 햇님 곁에서 우리는 살고 있구나” 눈물겹다. 눈부시다. 하나의 노래는 하나의 여정이다. 그로테스크한 굉음이 귀를 때릴 때 어둡고 음습한 소리의 골짜기를 거쳐야 한다. 그러고 나면 평온하고 너른 들판이 나온다. 들판은 녹색이고 그 넓은 융단 위에 맺히는 해의 작렬은 붉은 피의 잔상을 남긴다. 이때의 해, 이때의 핏빛은 잔인하지 않다. 이내 그것은 핑크빛이 된다. 영원한 평화와 사랑의 모성이 우리를 손짓한다. 노래는 현실을 잊는다. 넘어선다. 노래는 또한 어딘가로 우리를 데려간다. 궁극의 그곳, 노래는 다만 암시할 뿐이다. ‘햇님’의 후반부에 나오는 음악적 반전을 이루는 것은 현의 지속음이다. 굉장한 기를 머금고 있는 이 단선율은 절정에 도달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준다. 이 기념비적인 단선율과 함께 사이키델릭한 가요의 어떤 경지가 펼쳐진다. “무지개 타고 햇님을 만나러
나와 함께 날아가자”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다. 그다음엔 그저 ‘라, 라, 라~’의 반복이면 족하다. 햇님과 함께, 영원히, 사라질 때까지. 사랑 노래의 정치성. 신중현의 가사는 일면 지나치게 서정적인 면이 없지 않다. 그 안에 일상의 구체적인 정황들은 묘사되기보다는 상징적으로 지워진다. 그러나 그것은 하나의 방어수단이었을 수도 있다. 한국 문화는 암흑기로 점철되어 있다. 일제라는 암흑기를 넘으면 군사독재라는 또다른 암흑기가 그 뒤를 잇고, 그다음은 신군부의 암흑기다. 그러고 나면 신자유주의의 암흑기…. 노래를 부르는 일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다. 노래는 힘이 없다. 바위는 굳건하고 체제는 깨지지 않는다. 이때 작동하는 것이 힘없는 노래의 힘이다. 그것은 위험하지 않지만, 그래서 더 위험하다. 1975년, 박정희 정권은 ‘대마초 연예인 일제 단속’이라는 철퇴를 내려친다. 신중현의 모든 것은 그때 일시적으로 중단된다.
성기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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