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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인종주의와 애국주의

등록 2016-08-10 17:16수정 2016-08-10 19:22

인종(race)이라는 말이 영어에 등장한 것은 16세기다. 프랑스어의 라사(rassa)와 라세(race), 이탈리아어 라차(razza), 포르투갈어 하사(raca), 스페인어 라사(raza) 등 유럽의 다른 곳에서도 비슷한 단어가 쓰인다. 이 말은 애초 중세 말기 귀족이나 왕실 가족의 세대를 잇는 연속성을 가리켰다.(<인종주의는 본성인가>)

16세기는 유럽 나라들이 식민지 획득과 흑인 노예무역을 시작한 시기다. 인종 개념의 발전 자체가 인종 차별과 함께 이뤄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인종 차별을 합리화하는 인종주의가 틀을 갖춘다. 이런 사고가 번성한 시기는 유럽 나라들의 근대화가 본격화한 18~19세기다. 제국주의에 더해 민족주의가 큰 흐름이 되고 귀족적 위계질서에 근거한 보수 반동이 시도되면서 인종주의의 동력이 커진다. 곧 인종주의는 민족 개념과 연관돼 있으며 애국주의와 친화성을 갖는다. 여기에다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까지 유행한 사회적 다윈주의와 우생학은 인종주의에 유사과학의 옷을 입혔다. 이들이 결합한 최악의 형태가 1930년대 독일 나치의 ‘유대인 청소’ 프로젝트다.

인종주의는 나치의 몰락 이후 위축됐다가 냉전 종식 이후 부흥기를 맞는다. 인종주의를 노골적으로 내세우는 극우 정당이 여러 나라에서 득세했고, 인종 문제를 부각해 세력을 키우려는 주류 정치인도 늘고 있다. 지구화 시대의 약자인 이민자들은 단골 공격 대상이다. 모두의 평등이라는 ‘정치적 올바름’에 구애받지 않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는 인종주의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트럼프 후보가 무슬림 참전군인 부모 비하 발언으로 인한 역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참전군인들은 대규모 서명을 받아 공화당 지도부의 트럼프 지지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적어도 인종주의와 애국주의가 한 덩어리가 되는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듯해 다행이다.

김지석 논설위원 j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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