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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론] 북핵 사라진 사드 배치 논란 / 장행훈

등록 2016-08-11 18:09수정 2016-08-11 21:21

장행훈
언론인

한국과 미국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를 한국에 배치하기로 최종 합의했다는 발표가 나온 지 한 달이 지났다. 국내에서는 사드 반대 여론이 비등했고 한-중 관계는 눈에 띄게 냉각되고 있다. 이러한 부정적 여론과 중국의 보복 반응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8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사드는 북한의 점증하는 핵과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국가를 지키기 위해 내린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치권 일부에서 사드 배치로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는 북한의 주장과 맥락을 같이하는 황당한 주장을 하고 있다”며 사드 결정을 반대하는 일부 야당 의원들을 ‘종북’으로 매도했다.

민주국가의 대통령으로서 극히 위험한 태도다. 국가의 앞날에 중대한 영향을 줄 문제를 다루면서 국회와는 한마디 협의도 없었다. 한-미 양국이 지난 2월 사드 배치에 관해서 거의 합의에 도달했는데 7월8일 갑자기 미국과 “최종 결정”을 내렸다는 발표가 나올 때까지 5개월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참으로 궁금하다.

지난 한 달 동안 중국과 러시아의 북한에 대한 태도가 호의적으로 바뀌고 있다. 반대로 한국과는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 사드 영향이다. 사드는 공격해 오는 미사일을 요격하는 방어 무기인 동시에 적국의 미사일 이동을 탐지할 수 있다. 레이더를 통해 적국의 미사일 발사를 미리 분초 간격으로 탐지해 미사일 발사 시간과 방향을 미리 계산해서 미사일을 더 정확히 요격할 수 있는 준비 시간을 주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공수(攻守) 기능을 겸비한 무기다. 그래서 중국과 러시아가 두 나라와 지리적으로 가까운 한국에 사드가 배치되는 것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던 것이다.

한국과 가상의 적대관계가 됐으니 중국과 러시아가 북핵 제재에 비협조적이고 한국에 대해 차갑게 대하는 것은 자연스런 태도 변화라 하겠다. 따라서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의 점증하는 핵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사드를 배치하기로 했다지만, 이제 북핵 저지는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 됐다. 북핵은 기정사실로 굳어지게 됐고, 중국과 러시아를 적대하는 미국의 사드를 한국에 배치해 중국과 러시아의 미사일을 상대로 미국이 미사일 요격전을 벌이는 미사일 방어전으로 전쟁 양상이 바뀌었다. 한국은 ‘북핵 저지’라는 말에 속아 본의 아니게 강대국의 미사일 전쟁에서 미국 쪽에 흡수돼 버렸다.

박 대통령은 2월에 사드 배치 결정을 거의 합의해 놓은 뒤 5개월 지나는 동안 국방정책 책임자들과 협의해서 이런 중대한 문제를 미리 알고 대비했어야 한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 불통의 응보다. 상식적으로 믿기 어려운 박 정권의 문제점이다. 이렇게 국정을 운영하면 한국의 앞날이 심히 우려된다. 그러므로 사드 배치 문제는 한-미 양국 국방책임자 간의 합의를 “최종”으로 간주할 것이 아니라 국회의 비준을 받게 하고 그 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간과했던 문제점들을 보완해야 한다. 미국의 제임스 시링 미사일방위청장이 사드 문제의 문제점을 검토하기 위해 방한했다니 우리 국민이 제기할 문제를 그를 통해 해결해 보았으면 한다. 만약 박 대통령이 비준을 거부하면 그때는 국민이 일어나야 한다.

10일 아침 미국 백악관 청원 누리집 ‘위 더 피플’(we the people)에서 한국 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하며 서명한 사람이 10만명을 넘어섰다는 보도가 나왔다. 서명 시작한 지 26일 만이다. ‘위 더 피플’에서 한 달 안에 10만명 이상 서명을 하면 두 달 안에 그 문제에 대한 미국 정부의 공식 답변을 얻을 수 있다니 곧 그 답을 들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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