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팀 기자 또 ‘공항’이다. 온 나라를 들끓게 했던 영남권 신공항은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 났다. 하지만 대구는 아직도 공항 때문에 시끌벅적하다. 한 달쯤 전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구 공군기지와 대구공항을 통합 이전하라”고 지시했다. 갑작스럽고 뜻밖이다. 대구시는 시민들보다 더 당황했다. 김해공항 확장 발표 이후 대구공항을 오히려 키우려는 계획을 잡아놓은 터였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아무런 내용도 모른 채 외국 출장 중이었다. 대구시는 청와대의 진의를 파악하느라 온종일 허둥댔다. 대구 통합공항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생각은 엇갈린다. 대구시 동구에 자리잡은 케이투(K2) 공군기지의 면적은 660만㎡ 남짓이다. 터의 대부분은 국방부 소유이고, 전체 5%도 채 안 되는 땅을 빌려 대구공항이 쓴다. 케이투로 불리는 군사공항 이전은 누구나 찬성한다. 심각한 전투기 소음으로 주민들의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하지만 대구공항을 다른 곳으로 옮기는 문제는 민감하다. 대구공항은 한 해 200만명이 넘게 이용하는 국제공항이다. 이용객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500만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공항을 멀리 이전하면 시민들이 불편하다. 여차하면 김해공항이나 인천공항을 이용한다. 어렵게 키워놓은 국제공항이 자칫하면 동네 공항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케이투와 대구공항을 한꺼번에 옮기는 문제는 지역사회가 생소하다. 이런 가운데 박 대통령이 통합이전 카드를 꺼냈다. 통합이전 지시 이틀 후에 성주 사드가 발표됐다. 공항 이전이 사드 때문에 서둘러 결정됐다는 의심이 든다. 성주 농민들의 반발이 대도시인 대구로 번지는 걸 막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짐작된다. 대구 외곽지로 옮겨갈 공항 후보지로는 경북 군위가 유력하게 나돈다. 산악지대이다. 통합공항이 들어설 터 1천만㎡를 마련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대구에서 1시간도 넘게 걸리는 의성과 예천도 거론된다. 이참에 아예 성주로 옮기자는 주장도 만만찮다. 정치인들의 욕심이 묻어난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권 시장은 요즘 공항 이전 ‘전도사’로 변했다. 공항을 옮겨야 밝은 미래가 보장된다고 강조한다. 권 시장은 지금까지 대구공항 이전을 주장해본 적이 없다. 케이투만 옮기자고 했다. 지역언론사 조사에서 대구공항 통합이전 찬성은 30%가 채 안 되지만, 대구공항을 그냥 놔두고 케이투만 이전하라는 여론은 43%를 웃돈다. 대도시는 시내에 공항을 품고 있어야 한다. 인천공항이 생겼지만 김포공항은 날이 갈수록 중요해진다. 일본 도쿄에서도 나리타공항을 세웠지만 시내에서 가까운 하네다공항을 그대로 사용한다. 인구 1만여명의 울릉도에도 공항이 생기고, 흑산도에도 곧 비행기가 뜬다. 조그마한 도로 하나를 개설해도 공청회를 열어 시민 여론을 수렴해야 한다. 법에 그렇게 정해져 있다. 공항 이전은 큰 사업이다. 맹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권 시장의 권한남용이며, 오만이다. 권 시장은 공항을 옮긴 자리에 신도시를 조성하는 꿈에 젖어 있다. 벌써부터 공항 주변에는 부동산이 들썩인다. 모두가 이미 한물간 아이템이다. 미래에 걸맞은 미래산업을 찾아야 한다. 대구시민들한테 공항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대구의 생명줄이다. 청년들이 떠나는 대구를 살려낼 희망은 공항뿐이다. 도심에서 택시 타고 10~20분이면 국제선 비행기를 탈 수 있는 공항은 하늘이 내려준 선물이다. 공항 이전은 100년을 내다보고 결정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대구공항 이전 여부를 시민들에게 물어보고 결정하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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