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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조한욱의 서양사람] 맨발의 마라토너

등록 2016-08-18 17:55수정 2016-08-18 20:41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1960년 9월10일 저녁 로마의 콘스탄티누스 개선문.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다음날 폐막하는 올림픽 경기의 꽃인 마라톤 경주 완주자들을 맞기 위해서였다. 이윽고 도착한 우승자는 에티오피아의 아베베 비킬라였다.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출신으로는 최초로 올림픽 금메달을 따는 순간이었다. 사람들은 그가 맨발로 달렸다는 것에 더 놀랐다.

<한겨레> 자료사진
<한겨레> 자료사진
한때는 너무도 가난한 아프리카 출신이라 운동화를 구입하지 못해 맨발로 뛰었다는 이야기가 돌아다녔지만 사실이 아니었다. 원래의 에티오피아 대표 선수가 갑자기 심하게 아픈 바람에 아베베가 대체 선수로 선발되었다. 그렇게 그는 로마행 마지막 비행기에 가까스로 탑승했다. 로마 올림픽의 스폰서였던 아디다스에서는 선수들에게 운동화를 제공했는데, 아베베가 고를 수 있는 신발은 얼마 남지 않았고, 그마저 신기 불편했다. 그래서 맨발을 택했던 것이다.

어쨌든 그것이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고, 쏟아지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나의 조국 에티오피아는 언제나 확고한 의지를 갖고 영웅답게 이겨왔고, 나는 그것을 증명하려 했습니다.” 세계 신기록으로 우승한 그는 말 그대로 타고난 전사였다. 이후 그는 보스턴 대회를 빼놓고는 여러 나라에서 참가한 대회마다 우승했다.

1964년 도쿄 올림픽이 열리기 40일 전에 그는 맹장 수술을 받았다. 그는 도쿄에 갔지만 그가 뛸 수 있으리라는 예상은 없었다. 그런데 그가 참가했다. 이번에는 운동화를 신고 달렸다. 그리고 새로운 올림픽 기록으로 우승하며 올림픽 마라톤에서 2연패한 유일한 남자 선수가 되었다. 지치지도 않고 결승선을 통과한 그는 10킬로미터는 더 뛸 수 있다고 말해 세상을 또다시 놀라게 했다.

한국에서 열린 대회도 우승했던 그는 멕시코 올림픽에 출전해 3연패를 노렸다. 연습 중 발목을 다친 그는 결국 기권했지만, 마모 월데가 에티오피아의 올림픽 마라톤 3연패를 완성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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