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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고] 다자간 안보협력체제 서두르자 / 이종서

등록 2016-08-25 19:16수정 2016-08-25 19:55

이종서
중원대 인문사회연구소 학술연구교수

북한은 지난 24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 발사를 감행했다. 대륙간탄도미사일과는 전혀 다른 위협이라 할 수 있다. 바닷속에 있는 잠수함의 이동경로를 파악하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에도 직접적인 위협이 될 것이다. 이쯤 되면 아세안지역포럼(ARF) 등 여러 경로를 통한 북한 핵포기 설득 전략은 물 건너갔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아세안지역포럼은 1994년 출범 이래 말 그대로 참여국의 포럼 형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실질적 다자간 안보협력기구가 없는 곳이 동북아 지역이다. 동북아 지역은 동맹과 갈등, 그리고 경쟁의 양자관계만 설정되어 있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동북아 지역은 그 지정학적 특성 때문에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4대 강국의 이해가 첨예하게 교차하는 지역이다. 북한의 핵 및 미사일 개발 문제는 다자간 평화적 해결을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긴장 요소로 작용하고 있으며 한-일 간의 독도 및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 중-일 간의 센카쿠열도 문제, 러-일 간의 북방 4개 도서 문제, 중-대만 분단 문제, 미사일방어(MD)체계 구축 문제 등 다양한 분쟁 요인들이 산재해 있다. 이에 따라 각국의 군비경쟁 또한 치열하다.

반면, 유럽 지역은 일찍이 다자간 안보협력의 필요성에 공감하여 1972~75년 핀란드 헬싱키에서 처음으로 동?서가 모두 참여한 안보협력회의를 개최하였다. 이 헬싱키회의에서 1975년 ‘헬싱키 최종의정서’가 도출되었다. 그 후로도 동·서구 국가들은 지속적이며 정기적으로 다자간 안보협력회의를 개최했는데, 이것이 유럽안보협력회의(CSCE)이다. 유럽안보협력회의 회원국들은 1995년 1월 북미, 유럽, 러시아, 중앙아시아의 56개국이 회원국으로 참여하는 거대한 안보레짐인 유럽안보협력기구(OSCE)를 탄생시켰다.

아세안지역포럼이 유럽안보협력기구처럼 안보레짐으로서 발전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나, 급박하게 돌아가는 동북아 상황에 비추어 볼 때 먼 장래의 이야기이다. 동북아에서 정치적 구속력을 갖는 다자간 안보협력체제 구축이 시급하다. 즉, 동북아 지역 차원의 아세안지역포럼과는 별도로 소지역 차원의 다자간 안보협력체 구상을 검토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동북아 지역에서는 어떠한 국가도 군사력에 대한 일방적 결정만으로 안보를 보장할 수 없고 오직 공동생존의 공약을 통해서만 안보를 유지할 수 있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다자간 안보협력체제를 형성하기는 매우 어렵지만, 일단 형성하고 나면 경로 의존성에 의해 안정적 유지가 가능해 지역 내 평화와 안정을 유지할 수 있다.

다자간 안보협력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우선 참가국 간의 이해 증진과 신뢰 구축, 대화 관행의 축적, 군비통제를 위한 기반 조성, 군비통제 실현 등의 논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여기에는 포괄적 안보 개념에 부합하는 난민·마약 문제, 테러 방지, 환경보전, 오염 방지, 해상 안전 감시, 영유권 중재 문제 등 초국가적인 위협과 같은 공통의 관심사항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동북아 다자간 안보협력체의 주도 형식은 정부 차원과 비정부 차원의 이중 채널로 협력을 촉진하는 상설조직과 회의체가 반드시 필요하다. 유럽안보협력기구가 오랜 시간에 걸쳐 발전시켜온 의제의 선정 요령과 이를 통한 신뢰 구축의 경험을 동북아에 적절히 활용한다면 역내의 안보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는 의제를 개발해 좀더 효과적인 다자간 안보협력체를 가동할 수 있을 것이다. 동북아 다자간 안보협력체를 유엔의 지역기구로 편입시켜 필요시 유엔이 규정하고 있는 제재 방법을 활용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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