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자 “바다를 지배하는 자가 무역을 지배하고, 세계의 무역을 지배하는 자가 세계의 부를 지배하며, 마침내 세계 그 자체를 지배한다.”(월터 롤리, 1552~1618) 인간은 자기 생존에 필요한 것보다 훨씬 많은 재화를 탐내고 모아두는 습성을 지닌 유일한 동물이다. 인간을 다른 동물과 구별되는 특별한 존재로 만든 요인은 ‘남는 것’에 대한 욕망과 ‘남기려는 의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냥은 사자도 하고 사람도 하지만, 사람이 하는 사냥만 ‘업’(業)이다. 남길 수 있을 만큼 구하는 일이어야 ‘업’이다. 인류는 분업체계를 발명한 이래 수많은 직업을 만들어왔는데, 가장 많이 남기는 업이 상업이었다. ‘남는 장사’라는 말은 있어도 ‘남는 농사’라는 말은 없다. 상업 중에서도 서로 멀리 떨어진 지역 사이를 연결하는 ‘원격지 무역’이 가장 많이 남는 장사였다. 자기 문화권에서 구할 수 없는 물건들에는 희소가치가 부가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원격지 무역에는 흔히 강도, 질병, 악천후 등의 위험이 수반되곤 했다. 예나 지금이나 고수익의 전제는 고위험이다. 그나마 길을 닦지 않고도 대량 수송이 가능한 해로가 육로보다는 나았다. 고대 로마가 지중해 세계를 제패한 것도, 근대 유럽이 세계시장 통합의 주역이 된 것도, 모두 해상 운송권을 장악한 결과였다. 그런데 오랫동안 해상운송의 이점을 제약한 것은 육지를 만나면 물길이 끊긴다는 점이었다. 1956년 4월, 미국에서 트레일러와 바로 연결될 수 있는 대형 화물 상자인 컨테이너가 발명되었다. 이 박스 덕에 해로와 육로가 바로 연결되었고, 산업 입지조건이 바뀌었으며, 세계시장의 통합이 가속화했다. 이 박스가 한국 항구에 모습을 보인 것은 1970년, 한국 최초의 컨테이너 전용 선사인 한진해운이 설립된 것은 1977년이다. 이후 한국 해운의 수송능력은 세계 5위로까지 성장하며 세계 6위의 무역규모 달성을 뒷받침했다. 지금 한국 해운의 추락이, 한국과 바다의 관계를 뒤바꾸진 않을까 걱정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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