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집행위원 약속 1. “경영의 어려움을 돌파하기 위해 구조조정이나 정리해고부터 시작할 게 아니라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지혜와 고통 분담에 나서 주실 것을 부탁합니다.” 2012년 12월26일 박근혜 당선자가 재벌 회장들에게 한 말이다. 고용안정과 해고요건 강화가 박근혜 후보 대선 공약이었다. 최근 1년간 매출 1조원 이상 상장사 109곳 중 54곳에서 2만3000명이 잘렸다. 삼성전자가 1등을 먹었고, 2등을 차지한 두산인프라코어는 직원 절반을 내쫓았다. 신입사원까지 희망퇴직을 강요했다는 비정한 뉴스는 있어도, 이재용 부회장의 ‘고통 분담’으로 해고를 막았다는 훈훈한 이야기는 없다. 현대중공업 4300명을 비롯해 ‘빅3’ 조선소에서만 정규직을 1만명 넘게 자른다는데 노조와 지혜를 모았다는 회사는 찾아볼 수가 없다. 현대중공업 실소유주 정몽준과 아들 정기선 상무가 사재를 출연했다는 소식도 들리지 않는다. 약속 2. “임기 내 반드시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되도록 최대한 관심을 갖고 힘쓰겠다. 같은 일을 하면서 차별받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 2013년 2월25일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식 행사에서 한 약속이다. 2016년 3월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비정규 노동자는 839만명. 여기에 정규직·자영업으로 분류되는 사내하청·특수고용직을 더하면 비정규직 1110만 시대다.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 임금은 48.7%로 추락했다.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이 내년까지 6만명 해고된다. 하청·파견·용역 같은 나쁜 일자리만 늘어난 결과, 하루가 멀다 하고 떨어져 죽고 열차에 치여 죽고 쇳덩이에 깔려 죽는다. 2015년까지 공공부문 상시업무 정규직 전환, 대기업 정규직 전환 유도, 불법파견 직접고용 공약은 패대기쳐진 지 오래다. 노동공약만 그럴까? 새누리당 국민행복 10대 공약을 펼치고 채점하면 ×표 아닌 게 없다. 이보다 더 많은 약속을 파기한 대통령은, 이전에도 없었고 이후에도 없지 않겠냐는 게 이 정부 ‘업적’이고 국민에게는 ‘위안’이다. 대통령 지지율 20대 9%, 30대 12%는 박근혜 4년에 대한 청년들의 응답이다. 정말 한심한 건 낮은 대통령 지지율에 취해 헛발질하는 야당이다. 그들이 집권할 때 만든 파견법 때문에 삼성전자 부품사 파견사원 6명이 메탄올에 중독돼 실명했다. 피해자가 얼마나 더 나올지 모른다. 저들이 만든 기간제법 때문에 현대차에서 23개월간 16번 쪼개기 계약으로 일한 청년이, 10월20일 해고가 정당하다는 판결을 받고 절망했다. 국회 다수당이 된 야당은 청년들의 꿈을 앗아간 3대 악법(정리해고제 파견법 기간제법)부터 없애겠다고 약속해야 하지 않는가? 단식하고 투쟁해야 할 정당이 이정현과 여당인가? 얼마 전 비정규노동자의 집 ‘꿀잠’을 알리기 위해 한국지엠 창원공장을 방문했다. 엄상진 수석부지회장, 그는 2005년 정규직 노조 조직실장이었다. 전국에서 가장 모범적으로 비정규직과 연대하다 해고당했고 6년 만에 복직했다. 그가 함께했던 비정규직 5명이 최근 대법원에서 불법파견 판결을 받아 10월4일 정규직 사원증을 달고 출근했다. 한국지엠 3개 공장에 비정규직 3000명이 일한다.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는 11월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하나로 뭉치는 1사1노조 투표를 한다. 비정규직 해고 풍랑에 정규직이 방파제가 되겠다는 ‘고통 분담’ 약속이다. 두 차례 부결됐는데 다시 도전한다. 대통령의 약속이 시궁창에 처박힌 시대, 노동자의 아름다운 도전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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