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쓰메이칸대 경제학부 교수 청와대발 최순실 게이트의 충격은 국외에서도 마찬가지다. 수상한 비선실세가 국정과 인사에 개입하고 권력을 빌려 기업들의 자금을 뜯어낸 국정농단 사태이자 권력형 부패 사건. 이는 후진국에서나 볼 수 있는, 권력자들이 국민을 수탈하는 소위 약탈국가의 모습이다. 아프리카 어느 나라에서는 처음 만들어진 복권 추첨에서 독재자 대통령 자신이 하늘의 도움으로 1등에 당첨되었다고 하던가. 대통령과 관련된 샤머니즘 이야기를 보도하는 외신의 한국발 뉴스를 보며 필자도 분노와 부끄러움으로 할 말을 잃었다. 경제학에도 무당 경제학이 있다. 좀비를 만드는 주술로 유명한 아프리카의 부두교를 경제학에 붙인 ‘부두경제학’(voodoo economics)이 그것이다. 이는 감세를 통해 투자와 노동 공급이 늘어서 경제가 성장하고 세수도 늘어날 것이라 주장한 1980년대 레이건의 비현실적인 경제정책을 비판하는 말이다. 그것은 부자와 기업을 더욱 부자로 만들면 낙수효과로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는 믿음에 기초한 것이었다. 물론 당시 재정적자와 빈부격차는 심화되었고 감세 덕에 성장이 회복되었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대통령의 실세가 경제정책의 방향에까지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겠지만, 우리 정부도 미신과 같은 믿음들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스럽다. 예를 들어 정부는 경제활성화를 위해 법인세 인상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전 정부의 법인세 인하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투자는 늘어나지 않았고 재정만 악화되었다. 일각에서는 한국의 법인세 비중이 총세수나 국내총생산(GDP)과 비교하여 국제적으로 높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기업소득 자체가 다른 선진국들보다 훨씬 높기 때문이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실제 기업소득과 비교한 법인세의 평균실효세율은 2012년 15.4%에서 현 정부 들어 2014년 14.2%로 하락했다. 이후 비과세·감면 축소 등으로 조금 높아졌지만 여전히 다른 선진국들보다 낮은 수준이다. 또한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고 공정한 경쟁을 확립하겠다는 선거 때의 약속은 온데간데없고, 대통령은 소외된 노동자들의 권익 확대는 외면하며 기업을 위한 규제완화의 목소리만 높였다. 그리고 정부는 ‘증세 없는 복지’라는 이해 못 할 주문을 외우더니, 복지지출 확대에는 소극적이면서 담뱃값을 올려 서민의 세금부담만 무겁게 만들었다. 한편 정부는 쉬운 경기부양을 위해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완화하여 가계부채를 늘렸고, 최근에는 재정건전성을 신줏단지처럼 모시며 불황을 막기 위한 확장적인 재정정책에는 주저하고 있다. 그러고 보면, 낙수효과를 기원하는 한국판 부두경제학이 경제민주화를 경제활성화로 둔갑시키고 국민행복 대신 그들만 잔치를 벌이는 시대를 연 것은 아닌가. 이제 사상 초유의 사태 앞에서 많은 이들은 경제가 걱정이다. 경제가 침체하고 있는 와중에 나타날 정치적 혼란은 분명 경제회복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진정한 민주주의가 실현되고 부패가 해소된다면 전화위복이 될 것이다. 많은 경제학 연구들이 보고하듯이 좀더 포용적이고 투명한 제도는 노동과 혁신의 유인을 자극하여 장기적인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가 우려할 일은 사태의 축소와 은폐이며, 새로운 얼굴을 내세운 기득권의 지배가 계속되는 일이다. 경제를 위해서라도 민주주의와 공화국의 질서를 바로 세워야 할 때다. 그리고 한국판 부두경제학에서도 깨어날 때가 되었다. 선무당이 정말로 나라를 잡기 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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