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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말글살이] 오염된 소통 / 김하수

등록 2016-11-06 17:25수정 2016-11-06 19:15

역사를 들여다보면 왕실의 외척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요즘의 정치 상황과 결부시켜 다시 보니 옛날의 외척은 요즘의 비선 조직이 아니었을까? 그들은 공적인 소통 통로를 사적인 연유로 혼란스럽게 만든다는 점에서 매우 유사하다. 시대를 달리하면서 일종의 유의 관계에 있는 셈이다.

모든 공적 조직은 공적인 소통의 통로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비교적 개방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 통로를 통해 이루어진 온갖 대화를 문서로 남긴다. 그래서 공적인 언어는 재구성이 가능하다.

마찬가지로 사적인 관계도 사적인 소통의 통로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 소통은 문서를 보존하는 경우가 드물다. 그래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재구성이 잘 안된다. 은밀하게 폐쇄적인 부분이 많기도 하다. 게다가 객관화가 잘 안되는 감성적인 부분도 많다. 많은 경우에 공적인 소통을 사적으로 오염시키기 쉽다.

공적 조직에서 사적인 이익 추구가 문제되는 것은 공적인 이익을 사적인 이해관계보다 하위 개념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조직의 책임자가 진정 두려워해야 할 것은 외부의 눈초리보다 자신의 마음과 자신의 말이다. 공적인 업무에 사적인 그늘이 지게 되면 주저하지 말고 공적인 업무에서 손을 떼거나 사사로움과 단호하게 단절하는 것이 올바르고 안전한 자세이다.

대학에서 교수 자녀들이 같은 대학의 입시에 응시할 때면 당연히 출제와 채점 과정에서 해당 교수를 배제한다. 사적인 이익이 공적인 업무를 방해할 가능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사실상 감금 상태에서 출제를 하는 것도 해당 교수를 공익의 울타리 안에 가두어 보호하기 위해서다. 만일 이 보호막에 구멍을 낸다면 당연히 그는 용의자가 될 수밖에 없다.

김하수/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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