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야! 한국 사회] 박정희 이병철 정주영 / 박점규

등록 2016-11-21 18:33수정 2016-11-21 19:28

박점규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집행위원

11월14일 차헌호씨는 경북 구미의 박정희 대통령 탄생 99주년 기념행사장에서 ‘박근혜 퇴진’ 손팻말을 들었다. 그는 박정희가 만든 구미국가공단의 일본 기업 아사히글라스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노조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해고됐다. 이날 해고노동자 5명은 박정희 숭모단체 회원 30여명에게 집단폭행을 당했다. 기념식에 온 한 시민은 “딸의 잘못으로 박정희 대통령의 위대한 업적이 가려지면 안 된다”고 안타까워했단다.

박정희 탄생 100주년을 맞아 기념사업이 한창이다. ‘백성을 가난에서 구해낸 위대한 지도자’라는 박정희는 1961년 쿠데타로 권력을 잡고 부정축재한 기업인들을 구속시켰다. 그러자 이병철 삼성 회장은 기업인을 풀어주면 정권에 협조하겠다고 약속하고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모태인 경제재건촉진회를 만들어 ‘5·16 장학금’을 박정희에게 바쳤다. 정권과 기업의 검은 뒷거래, 정경유착의 시작이었다.

“협력하는 게 좋겠다. 그래서 자발적으로 냈다고 보고 그다음에는 그렇게 내라고 하니까 내는 게 편안하게 산다는 생각으로 냈다.” 지난해 탄생 100주년을 맞은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의 1988년 국회 청문회 증언이다. 회장님들은 전두환 아호를 딴 일해재단에 598억원을 헌납했다. 재임 기간 중 5천억원의 통치자금을 조성한 노태우는 회고록에서 “여당 정치자금 대부분은 대기업으로부터 충당해 왔다”고 실토했다. 삼성, 현대, 에스케이, 엘지 등 재벌 회장님들은 한나라당 대선자금으로 1997년에 166억(세풍 사건), 2002년엔 823억을 찔러줬다(차떼기 사건). 2016년 재벌 3세들은 박근혜-최순실 재단에 774억을 상납했다.

회장님의 뇌물은 권력자의 통 큰 선물로 돌아왔다. 거대 공기업과 부실기업을 날로 먹게 해주고, 부정축재·공금횡령·불법파견 범죄에 면죄부를 주고, ‘노조 문제’를 해결해주고, 노동법을 기업에 유리하게 바꿔주고, 독대에서 요청한 애로사항을 해결해주고…. 최순실 개인회사에 따로 거액을 송금한 삼성을 위해 박근혜는 국민연금을 통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성사시켜준다. 국민연금을 낸 노동자들은 5900억 손실을 입고, 이재용 일가는 삼성 계열사의 핵인 삼성물산 지배력이 높아져 ‘누워서 떡 먹기 세습’이 가능해진다. 정경유착 60년. 박정희는 원조였고, 박근혜는 ‘끝판왕’이었다. 재벌과 정권은 현빈과 ‘길라임’보다 더 사랑했다. 뇌물 상납에 대한 포상은 프로포폴보다 감미로웠고, 정경유착의 대가는 에너지 주사보다 화끈했다. 창업주 시대 이병철 정주영의 검은 거래가 손주 시대 이재용 정의선으로 이어진 이유다.

현대, 기아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128억 뇌물 상납 정몽구 구속’을 요구하며 ‘박근혜 퇴진 광화문 캠핑촌’에 입주했다. 낮에는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들고 악취 진동하는 청와대 청소를 하러 간다. 5대 재벌 비정규노동자들이 모여 청와대 행진을 하기로 했다. 청년 일자리 만들고 월급 올려주고 비정규직 없애는 데 써야 할 돈을 뇌물로 상납한 회장님들을 구속하라고 외친다.

국민들은 1987년 6월 항쟁으로 민주화를 이뤘다고 믿었다. 30년이 지난 오늘, 정권과 자본이 유착을 넘어 혼연일체가 된 나라에서 정치민주화는 허깨비였다. 민주의 반대말이 독재라면, 재벌 독재와 정경유착 근절 없는 민주공화국은 거짓이다. 100만 항쟁으로 되찾아올 민주주의 첫걸음은 뇌물 바친 자들을 박근혜와 함께 ‘순실 옆방’으로 보내는 일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앞장서는 까닭이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