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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말글살이] 지도자의 화법 / 김하수

등록 2016-12-04 18:19수정 2016-12-04 19:08

문장을 쓸 때엔 문법에, 말을 할 때는 화법에 각별히 주의를 해야 한다. 문법은 일정한 규칙으로 체계화되어 있고, 표준 문법을 학교에서 배운다. 그러나 화법이란 것은 그렇게 표준화하기 어렵고 다양한 경우에 맞추어 판단할 수밖에 없다.

화법은 맞느냐 안 맞느냐가 아니라 주로 적절한가 적절치 못한가로 평가를 받는다. 그러다 보니 친구 사이에, 부부간에, 또 동료 간에, 낯선 사람에게, 이성에게, 외국인에게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적절한 화법’이라는 경우의 수가 생긴다. 문법이 틀리면 우스꽝스러운 말이 되지만 화법이 적절치 못하면 노여움을 살 수도 있다. 특히 지도자나 공직자들의 말은 각별히 적절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공인되었던 권위나 존중이 삽시간에 무너져 버린다.

어느 사회에서든지 ‘지도자의 말’에는 중요한 가치를 둔다. 나라의 안위와 국민의 관심사, 이웃나라와의 관계 등의 문제에 많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치 지도자의 말에는 법적으로, 제도적으로 강한 권위와 높은 위계를 허락한다. 이렇게 보장받은 ‘말의 힘’은 당연히 개인적 목적이 아니라 국민의 이익과 공의를 위한 것이다. 특히 구구한 자기변명, 슬그머니 의제 바꿔치기, 남탓하기, 떠넘기기 등은 지도자의 화법으로 적절치 못하다.

사람들은 지도자의 화법에 유난히 감동도 받고 용기도 얻는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 내외, 독일의 바이츠제커 대통령과 같은 이들의 화법은 매우 정연하고 감동적이다. 그런데 우리의 대통령이 벌써 세 번이나 같은 사안을 두고 국민에게 담화문을 발표했는데도 감동과 교훈은커녕 반발과 비판이 그치지 않는다. 그 까닭은 지도자다운 화법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반복되면 국민은 그다음의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지도자에게 허락한 지도자의 화법을 회수하는 것 말이다.

김하수/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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