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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이정현, 손에 장을 지질까

등록 2016-12-05 17:34수정 2016-12-05 23:06

‘내 손에 장을 지진다’는 말의 유래와 어원을 두고는 주장이 엇갈린다. 장을 손바닥 장(掌)으로 보는 쪽에서는 ‘내 손을 뜨거운 걸로 지지겠다’는 뜻으로 해석한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같은 말의 반복을 피하기 위해 그냥 ‘내 장을 지진다’는 표현이 맞다. 반면에 장을 간장의 장(醬)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고기나 채소에 간장을 붓고 졸이는 것처럼 손가락을 끓는 간장에 지진다는 뜻이다. 부엌에서 간장을 지지면서 손을 데어본 경험이 있는 부인네들한테서 나온 주방용어에서 유래했다는 이론이다.

이 표현을 불교의 소지공양(燒指供養)과 연관 지어 해석하기도 한다. 수행을 위해 손가락을 태우는 것처럼, 손가락이나 손바닥에 불을 붙이고 그 화력으로 간장을 달인다는 뜻이다. 실제로 작자 미상의 한자 속담집인 <동언해>(東言解)에는 ‘장상전장’(掌上煎醬, 손바닥 위에서 간장을 달인다)이라는 표현이 나온다고 한다. 어떤 해석이 맞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절대로 불가능한 일에 대한 자기 확신을 나타낼 때 쓰는 말이라는 점에서는 같다. 영어에서는 이럴 때 ‘내 모자를 먹겠다’(eat my hat)는 표현을 많이 쓴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달 30일 기자들과 만나 야당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추진을 비판하면서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제가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을 거요”라고 말했다. 장을 ‘간장’으로 보는 학설의 신봉자인 셈이다. 그런데 5일에는 “탄핵을 강행하면 손에 장을 지지겠다고 한 적이 없다”고 말을 바꿨다. ‘손을 지지겠다’는 표현 대신 ‘손을 집어넣겠다’고 했으니 말 바꾸기가 아니라고 우길 법도 하다. 국회가 박 대통령을 탄핵하면 이 대표는 굳이 뜨거운 간장에 손을 집어넣지 않아도 좋다. 촛불에 손가락을 한번 대는 것으로 대신해도 된다. 박 대통령에 대한 영원한 충성을 다짐하는 소지공양 흉내로도 좋지 않은가.

김종구 논설위원 kj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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