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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강내희 칼럼] 붉은 닭의 해에 거는 기대

등록 2017-01-01 16:21수정 2017-01-01 19:04

강내희
지식순환협동조합 대안대학 학장

해방 이후 한국의 역사는 대략 30년 주기로 큰 변화를 겪었다. 지금 두 달 넘게 계속되고 있는 촛불집회는 4·19 혁명, 6·10 항쟁에 이어 우리 사회가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할 수 있는 세번째로 다가온 기회다. ?

붉은 닭의 해가 처음 떠오른 아침이다. 어제저녁 광화문 네거리에 나가서 함께한 촛불집회를 떠올린다. 박근혜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다는 의미의 ‘송박영신’ 행사에서 가장 인상적으로 다가온 차례는 ‘아름다운 강산’ 공연이었다. 박정희의 겨울공화국 시절 대학을 다닌 나에게 한국 록의 대부 신중현이 만든 그 곡은 사실 너무 익숙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어제 그의 아들 신대철, 가수 전인권, 그리고 많은 다른 음악인들이 함께 연주하고 노래한 ‘아름다운 강산’은 새로운 미래에 대한 떨리는 희망과 기대를 불러일으키는 감동으로 다가왔다. 감동이 더욱 컸던 것은 박정희의 딸 박근혜가 탄핵당해 쫓겨날 것이 확실한 지금 우리가 이제 다시 만들어내야 할 대한민국은 정말 아름다워야 할 것이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해방 이후 한국의 역사는 대략 30년 주기로 큰 변화를 겪었다. 지금 두 달 넘게 계속되고 있는 촛불집회는 4·19 혁명, 6·10 항쟁에 이어 우리 사회가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할 수 있는 세번째로 다가온 기회다. 새해 아침 나는 탄핵심판을 기다리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주권자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비선실세 최순실로 하여금 농단케 했으니 내란죄를 범했다고도 볼 수 있지만, 그의 국민 배신으로 우리는 아름다운 새 한국을 꿈꿀 수 있는 소중한 계기를 갖게 되었다.

물론 그런 세상이 쉽게 만들어질 리는 없다. 박근혜가 탄핵되고 최순실이 감옥에 가게 되면, 그리고 그들의 국정농단을 방조한 김기춘, 우병우 등에 대한 사법처리가 이루어진다면 세상이 조금 더 나아지긴 할 것이다. 그런 응징은 미래 권력자들로 하여금 권력을 함부로 휘두르지 못하게 하는 경고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검찰과 국회, 특검에 불려나와 조사받은 재벌총수들도 경각심을 갖게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라가 ‘아름다운 강산’으로 바뀌려면 그런 개인들에 대한 사법처리 이상의 근본적 변혁이 요구된다.

그동안 전국에서 매일 열린 촛불집회에서는 참석자들의 자유 발언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그 가운데 내 가슴을 유독 후려친 것은 진주에서 열아홉살 청년이 했다는 발언이다. 이제는 유명해져 인터넷상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그의 물음인즉슨 박근혜, 최순실이 없어진다고 우리 삶이 정말 좋아지겠느냐는 것이었다. 그 여성은 자기 삶의 문제가 “박근혜 대통령 한 명, 최순실 한 명의 잘못입니까” 하고 묻고는, 자신에게 더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은 “박근혜, 최순실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부모님, 반장, 친구들, 선생님, 회사 사장, 그리고 매일 마주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박근혜와 최순실, 그리고 김기춘, 우병우, 이재만, 안봉근, 안종범, 정호성, 차은택, 김종 등 그들에게 부역한 개인들을 응징하는 것만으로 우리 사회가 정말 좋아지진 않을 것이다. 박근혜 게이트에 연루된 개인들은 그들 말고도 재벌총수, 관료, 법조인, 교수, 의사, 정부 산하단체 고위직 등 손가락으로 꼽기 어려울 만큼 숱하게 많다. 그렇게 광범위한 영역에서 박근혜와 최순실의 부역자나 닮은꼴이 발견된다는 것은 이번 사태가 몇몇 개인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제도적이고 구조적인 문제임을 말해준다. 물론 제도나 구조가 저 멀리 손에 닿지 않는 곳에 있다는 것은 아니다. 진주의 그 청년이 지적하듯이 박근혜와 최순실은 우리 바로 옆에 있지 않은가.

붉은 닭의 해를 맞이하면서 나는 그래서 30년 만에 다시 찾아온 사회변혁의 기회가 우리 사회에 골고루 번져나갈 것을 기대한다. 지금 정치권에서는 제왕적 대통령을 없애는 개헌을 하자는 소리가 높다. 그것만으로는 우리 사회에 요구되는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진행 중인 개헌 논의는 정치적 권력관계를 개인 지도자 수준에서만 생각할 뿐, 사회 전체를 바꿔낼 구조적 변혁까지 염두에 두고 있진 않다. 이제 우리는 박근혜와 최순실, 그리고 그들의 분신이 지배하는 ‘헬조선’을 ‘아름다운 강산’으로 바꿔내야 한다. 삶의 현장 곳곳을 바꾸어내는 전반적인 사회변혁이 그래서 필요하다. 대통령, 재벌총수, 고위관리, 법조인, 교수, 의사 등 우리 사회 엘리트집단이 사회 구석구석에서 ‘갑질’하는 것을 막고, 갈수록 많은 사람을 ‘흙수저’로 만들어내는 불평등 구조를 막아내야 우리가 바라는 그런 강산이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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