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강원팀 지난달 9일 수서고속철도(SRT: Super Rapid Train)가 개통했다. 한국철도는 코레일 단일체제에서 2개 철도회사의 경쟁 시대로 접어들었다. 1899년 경인선 개통 이래 117년 만이다. 수서고속철도 운영사는 ㈜에스알(SR)이다. 수서선 사업권은 이명박 정부가 철도시장 개방을 추진하면서 민간사업자에게 주려고 했으나 철도민영화 반대 여론에 부닥쳐 사실상 백지화됐다. 박근혜 정부는 코레일 등과 함께 수서선 운영회사로 에스알을 설립했다. 국토교통부는 철도 경쟁체제의 장점으로 △서울역 중심의 철도체계 재편 △요금 인하 등 철도서비스 수준 향상 △서울 강남의 철도 접근성 제고 및 신규 수요 창출 등을 꼽았다. 에스알티는 지난 1일 개통 23일 만에 승객 104만명을 돌파했다. 그러나 에스알티는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만큼 그림자도 짙다. 서울~비수도권 이동은 편해졌지만, 지방인 영남~호남 이동은 불편해졌기 때문이다. 서울을 위한 고속철도망을 구축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아무개(45)씨는 전북 익산에서 대전으로 통근한다. 에스알티 개통 전까지 그의 출근길은 정기승차권으로 호남고속철 상행선을 이용해 오송역까지 와서 10여분 기다려 경부고속철 하행선을 타고 대전역에서 내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에스알이 개통된 뒤에는 오송역에서 최소 35분 이상 기다리거나 3시간이 걸리는 서울역에서 환승해야 한다. 영남에서 호남으로 이동하는 경우에도 같은 불편을 겪는다. 고속철도 운영사가 두 회사로 늘어나면서 코레일의 케이티엑스와 에스알의 고속열차 간에 승차권이 호환되지 않는 데 따른 것이다. 에스알티가 개통하면서 케이티엑스의 운행횟수는 하루 262회에서 212회로 줄었다. 에스알티는 하루 120회 운행한다. 고속철도 운행횟수는 하루 332회로 늘었으나 케이티엑스 환승 승차권을 산 승객은 케이티엑스, 에스알티 환승 승객은 에스알티를 타야 한다. 결국 환승할 수 있는 고속열차는 줄어든 셈이다. 에스알티 요금은 케이티엑스보다 10% 정도 저렴하다. 그러나 고속철도 운영은 흑자이므로 에스알티의 요금이 싼 게 아니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코레일은 고속철도에서 얻은 흑자로 일반철도와 화물철도의 적자를 메우는 교차보조를 하지만 에스알은 알짜배기 고속철도만 운영하는 데 따른 것이다. 에스알은 아직 정기권, 입석권 등 할인 승차권을 팔지 않는다. 코레일은 지난해 고속철에서 2조500억원의 수익을 냈으나 에스알티 개통으로 수익이 약 15%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철도 전문가들은 서울지하철처럼 수요자 입장에서 예매·발권 시스템을 갖추면 환승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코레일, 서울메트로, 서울도시철도공사 등 3개 회사는 전동차 요금 통합정산 시스템을 갖추고 수익을 나눈다. 에스알티는 철도산업의 외연을 확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도 허울뿐인 경쟁체제라는 혹평을 면치 못하는 것은 승차권 발매 창구, 플랫폼 등 역 시설, 철도, 관제, 유지·보수 등 모든 시설을 코레일과 공유하기 때문이다. 또 코레일은 에스알의 지분 41%를 갖고 있고 에스알 직원 520명 중 약 40%가 코레일 출신이다. 심지어 코레일은 고속열차도 22편성이나 빌려줬다. 국토교통부는 철도서비스 수준을 높이고 철도산업 발전을 위해 경쟁체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한다. 하지만 왜 필요한지, 누구를 위한 도입인지 등 논란은 진행형이다. 국토교통부는 철도 지배권을 강화하려고 고속철도 경쟁체제 도입을 강행해 국민 불편을 강요하는 것은 아닌가?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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