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자 요즘에는 욕설이 자기에게 해를 끼친 상대에 대한 일방적 ‘감정 배설 수단’이 되어 그 수위도 자기 분노의 수위에 연동하지만, 옛날의 욕설은 일종의 사형(私刑)이어서 그 수위도 죄질에 따라 조절해야 했다. 욕설은 모욕형과 저주형으로 나뉘는데, 모욕형은 상대의 인격을 짐승 수준이나 그 이하로 깎아내리는 말로서, 제미랄, 제기랄, 후레자식 등이 이에 해당한다. 저주형은 상대에게 장래 큰 벌이 내리기를 기원하는 말들인데, 벌은 다시 하늘이 내리는 천벌과 나라가 내리는 국벌(國罰)로 나뉜다. 천벌을 저주하는 욕설로는 ‘천벌받을’, ‘염병할’, ‘벼락 맞을’ 등이 있었다. 국벌을 저주하는 욕설로는 오라질, 경을 칠, 난장 맞을, 오살할, 육시랄 등이 있었으니 위계가 가장 분명한 것이 이 영역이었다. ‘오라’는 사람을 묶는 밧줄, ‘경(黥)’은 몸에 새기는 글자, ‘난장(亂杖)’은 마구 때리는 매질, ‘오살(五殺)’은 머리와 팔다리를 자르는 것, ‘육시(戮屍)’는 시체에 칼질하는 것을 말한다. 이들 중 현재까지 남은 것은 오라뿐이다. ‘오라질’과 동급으로 쓰인 욕설이 ‘포도청 갈’로서, 요샛말로 하면 ‘체포될’ 정도이니, 죄질이 가장 덜 나쁜 행위에 쓰던 욕설이다. 옛날에는 노예, 죄수, 포로가 삼위일체였다. 이들의 신체를 구속하기 위한 도구의 역사는 전쟁, 범죄, 노예제의 역사와 함께 시작되었다. 두 개의 팔찌를 쇠사슬로 연결한 도구, 즉 수갑은 고대 이집트에도 있었다. 쉽게 채우되 열쇠 없이는 풀 수 없고, 손목 굵기에 따라 직경이 조절되는 현대적 수갑이 미국에서 특허를 얻은 것은 노예해방 3년 전인 1862년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수갑이 ‘손에 들고 다니는 작은 상자’라는 뜻에서 ‘죄인의 양손을 구속하는 도구’라는 뜻으로 변한 것은 일제 강점 직후부터이며, 이 도구에 ‘쇠고랑’이라는 별명이 붙은 건 1930년대 중반께다. 현대의 수갑은 죄의 상징이다. 수갑 차는 엘리트가 많다는 사실은 그 사회의 병이 깊음을 보여주지만, 한편으로는 아직 희망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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