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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야! 한국 사회] 너나 잘하세요 / 이정렬

등록 2017-02-20 18:30수정 2017-02-20 18:54

이정렬
변호사 사무실 사무장, 전 부장판사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현재 맹활약하고 있는 바로 그 박영수 특별검사를 가리킨다. 좀 길지만, 존재 근거인 특검법의 정식 명칭이 그렇게 되어 있다. 이 박영수 특검팀이 국민 대다수의 지지와 격려를 한 몸에 받고 있다. 특검팀이 자신이 맡은 일을 본분에 맞게 아주 잘 해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특검이 여러 사람을 구속하거나, 형사입건을 했다. 적용된 죄명도 각양각색이다. 직권남용, 강요, 업무방해 등등이다. 그런데, 그 죄명들을 보고 있노라니 여러 이름에도 불구하고 관통하는 하나의 맥락이 있다.

먼저 직권남용죄. 형법 제123조에 있다.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함으로써 성립하는 죄를 말한다. 두 번째로 강요죄. 형법 제324조에 있다.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는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이다. 또 하나, 업무방해죄. 형법 제314조에 있다. 허위의 사실을 유포하거나 기타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때에 성립한다.

공통으로 포함된 것이 있다. 바로 ‘방해’라는 단어이다. 하나같이 자기가 맡은 본래의 영역이나 직분을 넘어 다른 사람의 영역을 침범하는 행위를 하는 것을 가리킨다.

더불어민주당이 대통령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인단을 모집하고 있다. 완전국민경선제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더불어민주당의 당원이 아니더라도 그 당의 대통령 후보를 결정하는 과정에 경선인으로 참여할 수 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대통령을 선출하는 본선뿐만 아니라, 그 전 단계인 정당의 추천후보자를 정하는 데에도 관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민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부여하는 나쁘지 않은 제도라 생각된다.

그런데, 엉뚱한 소식이 들린다. ‘역선택’이 생길 수 있다고 한다.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이른바 본선에서 당선될 수 있도록 상대방으로 비교적 약체인 후보가 선출되게 하려는 목적으로 그 당을 지지하지도 않으면서 경선인단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함을 넘어서, 치졸하고 비열한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얼마나 자신이 없으면, 상대방이 대표선수를 뽑고자 하는 데 들어가려고 하는 것인가? 오히려 상대방으로 하여금 최고의 선수를 나오게 하고, 자신 쪽에서도 최상의 선수를 내세워 정정당당하게 승부하는 것이 옳지 아니한가? 자기가 지지하는 집단이 훌륭한 후보를 골라낼 수 있도록 자신의 영역에서 충실할 일이지, 왜 상대측의 선발과정을 방해하려고 하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특검에 불려간 사람들, 지지하지 않는 정당의 경선 과정을 방해하려는 사람들. 모두 자기 자신의 일이 아닌데도 월권을 하면서 다른 이의 정상적인 행위를 망치고 있는 것이다. 남의 일에 간섭하기 전에 스스로에게 부여된 일부터 제대로 해 둠이 마땅하다. 그렇게 하고 난 이후에나 남의 일을 신경 쓰는 것이 기본 도리이다. 그러고 보니, 유명한 영화 대사 한마디가 생각난다. ‘너나 잘하세요.’

아차차. 이리 말하고 있는 나야말로 내 일을 잘하고 있나 싶다. 남 이야기 하기 전에 나부터 내게 주어진 일을 올바로 해내고 있는지 걱정스럽다. 해서, 먼저 나 자신에게 이 말을 해 본다. ‘너나 잘하세요. 다른 사람 일에 이래라저래라 하지 마시고요.’ 그러고 보니,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제대로 깨닫고 역할을 해내고 있는 박영수 특검팀이 더욱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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