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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강내희 칼럼] 쾌지나 칭칭 나네

등록 2017-03-05 16:35수정 2017-03-05 19:05

강내희
지식순환협동조합 대안대학 학장

“박근혜가 쫓겨나네, 쾌지나 칭칭 나네. 새 시대를 열어보세, 쾌지나 칭칭 나네. 신자유주의 끝장내고, 쾌지나 칭칭 나네. 헬조선도 몰아내고, 쾌지나 칭칭 나네. 민주평등 공공성, 쾌지나 칭칭 나네. 새 공화국 세워보세, 쾌지나 칭칭 나네.” 이런 내용의 노래를 크게 부르고 싶은 것은 수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이게 나라냐”라고 내뱉게 만든 세력을 청산할 수 있다는 기대가 이제 생겨나기 때문이다.

간밤에 참석한 서울 광화문광장의 19차 촛불집회는 보기 드문 풍물 공연으로 마무리됐다. 걸걸한 목청을 지닌 여성 앞소리꾼이 시원하게 내지르는 메김소리는 물론 요즘 자주 듣는 내용이었다. “박근혜를 구속하라”, “황교안도 물러나라”, “세월호 진상규명”, “사드가 웬말이냐”, “헌재는 탄핵인용”, “촛불세상 나오소서”, “평화세상 여기로다”와 같은 앞소리에 따라 시민들은 목청껏 “쾌지나 칭칭 나네” 하고 불렀다.

“쾌지나 칭칭 나네”는 뜻이 여러가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원에 대한 설도 분분하다. 원래 경상도 사람들이 자주 불렀다는 이유로 “고기가 많이 나오네”를 뜻한다고 보는 이가 있다. 경상도에서는 “고기”를 “괘기”라고 발음하기도 한다. “고기가 많이 나오네”는 그래서 “괘기가 칭칭 나오네”가 될 수 있다. 이때 “칭칭”은 “하늘에는 별이 총총”의 “총총”처럼 “많다”는 뜻이다. 다른 한편 “쾌지나 칭칭 나네”가 임진왜란 시기 일본군 장수 가토 기요마사(가등청정)가 패퇴해 도망가는 것을 보고 좋아하는 말이라는 해석도 있다. “쾌재라, 청정이 나가네” 하던 것이 바뀌어 요즘처럼 부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불교 행사에서 연원을 찾는 사람들은 연등에 달린 오색 종이인 개지가 바람에 날리는 모습을 가리켜 “개지가 칭칭 날리네” 하던 것이 바뀐 소리라고 보기도 한다. 나아가서 “쾌지나 칭칭”은 꽹과리의 의성음이라는 설도 있다.

그 뜻이 무엇이고 유래가 어떠하든 <쾌지나 칭칭 나네>는 신명나는 노래임이 분명하다. 앞소리로 들어가는 가사도 대개 흥을 돋우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하늘에는 별도 많고” 또는 “달아 달아 밝은 달아” 하고 앞소리꾼이 메기면, 여러 사람이 함께 “쾌지나 칭칭 나네”를 신나게 제창한다. 흥겨운 노래를 부를 때면 온몸이 저절로 반응을 하는 법이다. 지난 토요일 저녁 광장을 메운 시민들 그리고 일행과 함께 이 노래를 부를 때 나 역시 다리가 움찔, 허리가 능청, 어깨가 으쓱했음을 고백한다. “헌재는 탄핵인용, 쾌지나 칭칭 나네” 하고 부르는데 어찌 흥이 나지 않겠는가. 어제 우리는 목청껏 “쾌지나 칭칭 나네”를 외치며 박근혜 탄핵을 신명나게 요구했다.

물론 노래를 부르는 것만으로 사람들이 요구하는 일이 실현될 리는 없다. 헌법을 유린한 대통령을 쫓아내려면 탄핵 재판에서 국회가 제출한 소추안이 인용되어야 하고, 그러려면 헌법재판소 재판관 6명 이상이 인용에 찬성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 대통령 변호인단의 장외 기싸움이 만만찮다. 그동안 변호인단은 한사코 재판을 늦추려고 시도하더니, 변론 과정이 끝난 이제는 이정미 헌재소장 대행이 퇴임하는 13일 이후로 판결을 늦추라고 요구하는 중이다. 탄핵을 반대하는 친박 집회의 규모도 상당히 커졌다. 그 집회에 어쩌다 한 번 사람들이 더 많이 나왔다는 이유로 탄핵을 둘러싼 여론이 5 대 5로 팽팽하다는 강변까지 제출되고, 여론을 뒤엎기 위해 가짜 뉴스까지 제작되고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쾌지나 칭칭 나네”다. 진실은 하늘과 같아서 손바닥으로는 가릴 수가 없다. 최순실의 국정농단이 탄로 나며 박근혜 게이트가 터진 뒤로 어제까지 모두 열아홉 차례의 촛불집회가 열렸고, 연인원 1500만명 이상이 참석했다. 그사이에 태극기집회도 꾸준히 열렸지만,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여론은 식을 줄 모르고 계속 끓어넘친다.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도 탄핵을 지지하는 비율이 77 대 18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런 점을 놓고 보면 이번주로 예정되어 있는 탄핵 재판의 결과에 대해 그리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을 것 같다. 어제 촛불집회에서 사람들이 <쾌지나 칭칭 나네>를 신명나게 불렀던 것도 그 때문이 아니었을까 한다.

간밤의 집회가 흥겨운 풍물놀이로 마무리된 것이 탄핵 재판의 결정을 앞두고 수십만 시민이 김칫국부터 먼저 마신 꼴이 아니라면, 나는 <쾌지나 칭칭 나네>를 또 큰소리로 부르고 싶다. “박근혜가 쫓겨나네, 쾌지나 칭칭 나네. 새 시대를 열어보세, 쾌지나 칭칭 나네. 신자유주의 끝장내고, 쾌지나 칭칭 나네. 헬조선도 몰아내고, 쾌지나 칭칭 나네. 민주평등 공공성, 쾌지나 칭칭 나네. 새 공화국 세워보세, 쾌지나 칭칭 나네.” 이런 내용의 노래를 크게 부르고 싶은 것은 수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이게 나라냐”라고 내뱉게 만든 세력을 청산할 수 있다는 기대가 이제 생겨나기 때문이다. 이번주에 있을 헌법재판소 판결로 광화문광장에서 다시 <쾌지나 칭칭 나네>를 즐겁게 부를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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