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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미디어 전망대] 언론, 감춰진 적폐를 비추라 / 심영섭

등록 2017-03-23 17:00수정 2017-03-23 21:55

심영섭
언론인권센터 정책위원

슬플 때 함께 울고 기쁨 때 함께 춤출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1073일만에 수면 위로 끌어 올려진 세월호를 보면 마냥 기뻐할 수도 슬퍼할 수도 없는 착잡함이 엄습한다. 반가움과 함께 그날의 아픔을 지울 수 없다. 아직도 진실은 맹골수도에 갇혀있기 때문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를 지켜보는 심정도 매한가지다. ‘대통령의 7시간’으로 불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침몰 당시 행적은 지금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박씨가 검찰조서를 꼼꼼히 읽기 위해 7시간 동안 검찰청에 머물렀다는 얘기를 들으면, 한 국가를 통치했던 자에게 국민을 향한 이타심보다는 이기심만 가득했음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피의자 노무현과 피의자 박근혜에 대한 검찰의 태도도 착잡하긴 마찬가지다. 검찰은 피의자 노무현 조사에서 금품을 받은 사람에 대해 모두 불구속을 확정한 상태에서 조사했지만, 유독 금품을 받지 않은 사람에 대한 조사는 구속 여부를 심사했고, 그 과정을 실시간 공개하여 망신주기에 몰두했다. 그러나 피의자 박근혜에 대한 조사에서는 금품수수는 물론 국정농단 관련자 상당수가 이미 구속된 상황임에도 주범에게 무한히 관대했다. 물론 동일한 실수를 검찰이 반복해야 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법은 전관예우 없이 공정하고 상식적으로 집행해야 한다. 그동안 검찰조직에 큰 변화가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분명 사람의 문제가 크다. 자정 능력 없이 권력을 키워온 기관의 문제이기도 하다.

3월21일 <문화방송>(MBC) ‘100분토론’에서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후보 토론에 참가한 문재인은 생중계에서 “MBC가 심하게 무너졌다”고 질타했다. 그의 주장은 MBC 전·현직 사장을 포함한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이었다. MBC는 1987년 민주화운동 과정을 통해 점진적으로 방송제작실무자의 자율성을 쟁취하여 가장 폭넓게 독립성을 지켜온 공영방송이었다. 그간 MBC의 경영진과 제작실무자는 역할에는 차이가 있었지만, 공공의 이익을 위한 방송제작에는 한 목소리를 냈었다. 그러나 한때 시청률 30%를 기록했던 뉴스데스크는 이제 3%대를 기록할 정도로 타락했다. 대통령 비판은 애써 외면했고, 그러다 문제가 커지면 여야 공방으로 떠넘기거나 단신으로 처리했다. 세월호 참사 땐 유족을 모욕했다. 이 모든 불행뒤에는 한때 MBC노조를 이끌었던 전현직 사장과 보도국 책임자들이 있다. 그들은 지금 MBC가 ‘노영방송’이라며 ‘사영방송’을 향해 돌진하고 있다. MBC는 사람의 문제이자 조직과 제도의 문제이다.

이제 50여일도 남지 않은 대통령선거기간 동안 언론은 이들이 만들고자 하는 국가가 ‘바보들의 천국’인지, 아니면 지난 4개월간 추운 아스팔트 바닥에 앉아 변화를 요구한 ‘시민을 위한 나라’인지 검증해야 한다. 그 검증에서는 한국사회를 움직이는 권력인 검찰과 경찰, 정보기관, 언론이 지난 9년간 보여줬던 행태가 사람의 문제였는지, 아니면 조직과 제도의 문제였는지 복기시킬 필요가 있다. 또한 권력교체기에 갑자기 변신한 카멜레온도 검증해야 한다. 차이는 인정해야 하지만 차이를 무시하는 통합은 봉합일 뿐이다. 더 이상 우리 사회가 그동안 지나온 어두운 밤길을 다시 눈감고 지나가는 잘못을 저지르지 말아야 한다. 언론이 지금 그 빛을 비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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