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인고용공단 서울지사장 “장애인도 국민입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든 한 표를 정당하게 행사할 권리가 있지 않나요? 제발 이번 선거에서는 장애인의 선거권이 비장애인처럼 보장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얼마 전 어느 신문에 실린 기고의 일부다. 장애인 당사자가 자신의 경험을 담아 보낸 칼럼이었다. 중증장애인은 거소투표를 할 수 있는데, 예전 어느 요양원에서는 당사자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거소투표를 신청해 투표용지를 쫙 펼쳐놓고 “누구에게 찍을 것인가”를 물은 뒤 요양원 직원이 도장을 들고 일제히 투표했다고 한다. 당사자가 원하는 사람에게 표를 주는지 알 수가 없고, 비밀투표·직접투표 원칙도 지켜지지 않았다는 이야기이다. 중증장애인들에게는 여전히 높은 투표의 장벽이 있다. 투표소까지 가려면 장애인 콜택시로 1~2시간 기다려야 하고, 투표장에 가려면 대부분 계단을 지나야 해서 전동휠체어로 가기도 어렵다. 급조한 기표소를 세우는 데 1시간, 기표소가 설치돼도 전동휠체어가 들어가기에 좁아 다른 사람들이 기표하는 것을 볼 수도 있다. 비밀투표의 자유가 침해될 소지가 큰 것이다. 지난 대선이나 지방선거만 보아도 그렇다. 1층이 아닌 투표소 16%에 승강기가 없었고 경사로 없는 투표장소 배치, 장애인 전용 화장실 등 편의 제공이 미흡했다. 시각장애인용 점자투표용지, 수화통역사 배치 등이 완벽하지 않아 논란이 일었다. 또한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형 선거공보물, 청각장애인을 위한 텔레비전 자막의 수화 통역이 제대로 제공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현행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장애인의 평등권을 보장하고 사회참여를 실현하여 인간으로서의 존엄이 지켜지도록 하는 목적으로 제정됐다. 이 법이 금지하는 차별 유형에는 정당한 이유 없이 장애인에게 불이익을 주는 직접 차별뿐 아니라 장애인의 처지를 고려하지 않아 실질적 불리함을 안겨주는 간접 차별도 포함된다.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공공시설과 프로그램 운영에서 장애인의 참여를 특별히 고려하고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도록 규정한다. 이번 대선엔 장애인 유권자들이 어려움 없이 투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차량 지원, 장애인 겸용 기표대, 임시 기표소, 시각장애인 점자투표 및 보조용구, 투표 보조인을 지원한다고 한다. 우리나라 장애인 가운데 투표권을 가진 사람은 약 230만명이다. 오는 4월20일은 37번째 맞는 ‘장애인의 날’이다.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장애인의 참정권을 완전히 보장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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