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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전우용의 현대를 만든 물건들] 미사일

등록 2017-04-12 22:29수정 2017-04-12 22:30

전우용
역사학자

달에서 보이는 유일한 인공 구조물은 만리장성이다. 인류는 동굴 생활을 청산한 직후부터 공동체의 생활공간 주변을 흙이나 나무, 돌로 둘러쌓는 독특한 습성을 발전시켰다. 우리말에서는 둘러쌓은 시설, 둘러싸인 공간, 그 공간 안에 함께 거주하는 공동체를 모두 ‘우리’라고 한다. 돼지우리의 ‘우리’와 ‘우리나라’의 우리가 같은 ‘우리’고, 한 담장 안에 모여 사는 가족이나, 한 성벽 안에 모여 사는 주민들이나, 한 국경 안에 모여 사는 백성들이나 모두 ‘우리’다.

문명사 대부분의 기간 동안, 인류는 성을 쌓고 보수하는 데에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다른 공동체 사이의 전투는 언제나 성벽 주변에서 벌어졌기 때문에, 공동체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일차적 과제는 성벽을 튼튼하게 쌓고 관리하는 것이었다. 성벽의 쓸모가 줄어들다가 아예 없어진 것은 강력한 화약 무기가 발명된 뒤였다.

만족을 모르는 것이 인간의 고유 습성이다. 성벽을 날아 넘는 무기 다음 차례는 국경을 날아 넘는 무기였다. 제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2년, 독일은 V1이라 명명한 비행기형 순항 미사일을 개발하여 프랑스 땅에서 도버 해협 건너 영국으로 발사했다. 날개를 없애고 속도를 비약적으로 향상시킨 탄두형 미사일 V2는 1944년에 개발되었다. 독일이 개발한 미사일 기술은 종전 이후 미국과 소련 양국에 이전되었고, 냉전 기간 중 엄청난 속도로 발전했다. 인공지능, 인공신경, 인공감각기관까지 두루 갖추게 된 이 무기는, 2차 대전 종전 후 10여년 만에 대륙 사이의 경계까지 허물 능력을 확보했다.

미사일은 비행기와 함께 ‘전선’(戰線)의 개념을 흩어놓았다. 하지만 하나의 선이 지워지면 다른 선이 생기는 법. 이 물건은 ‘우리 안’에 적과 내통하여 타격 목표지점을 알려주는 자들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집단적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미사일 시대의 전선은 적대적인 국가들 사이의 국경선만이 아니다. 현대의 전선은 우리 내부에, 심지어는 개개인의 내면에 그어진 심리적 경계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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