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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전우용의 현대를 만든 물건들] 샴푸

등록 2017-04-26 18:21수정 2017-04-26 21:24

전우용
역사학자

의학적 관점에서 치아는 특별한 인체 부위다. 의과대학은 눈, 코, 귀든 손발이든 내장이든 모든 인체 부위에 대한 진단법과 치료법을 가르치지만, 치아만은 치과대학의 몫이다. 청결의 관점에서는 두피와 머리카락이 예외적 신체 부위다. 손발이든 얼굴이든 몸통이든 다 ‘씻는다’고 하지만, 머리만은 ‘감는다’고 한다.

남녀 불문하고 머리카락을 자르지 않았던데다가 샤워기도 없던 옛날에는 머리 감는 일이 무척 번거로웠다. 쭈그리고 앉아 허리와 목을 다 꺾어서 대야에 담긴 물이나 냇물에 머리카락을 흠뻑 적신 뒤 목에 돌려 감아 씻어야 했다. ‘감다’라는 말이 여기에서 유래했는지는 알 수 없다. 이렇다 보니 머리를 자주 감지 않아 두피에는 비듬이 쌓이고 머리카락 사이에는 이가 들끓는 게 보통이었다.

머리 감다, 또는 머리 세정제를 뜻하는 영단어 샴푸(shampoo)는 힌디어 창포(champo)에서 유래했다. 옛날 우리나라에서 머리 감는 물의 재료로 쓰였던 창포를 연상시키는 이 단어는, 동남아시아가 원산지인 참파카(함소화)에서 변한 것으로 힌디어에서는 ‘마사지하다’라는 뜻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샴푸라는 단어가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1930년대 초였고, 1935년에는 물에 개어 쓰는 분말 형태의 두발전용 세정제가 ‘하나오(花王) 샴푸’라는 이름으로 시판되었다. 당시 제품 광고문이 권장한 사용 빈도는 1주일에 1회였다. 현대적인 액상 샴푸는 이보다 한 해 앞선 1934년 미국의 피앤지(P&G)사가 개발했다.

정부 수립 직후인 1949년, 신신화학창에서 액상 샴푸를 자체 개발하여 특허를 출원했다. 1960년대에는 뷰티샴푸, 싸롱샴푸 등 국산 제품이 속속 출현했으나, 이 물건이 각 가정의 필수품이 된 것은 1970년대 말에 이르러서였다.

1960년대까지도 머리는 적어도 주 1회, 또는 닷새에 한 번 감아야 한다는 것이 권장사항이었지만, 현대인들은 거의 매일 감는다. 대기가 더러워진 탓일 터이다. 매일 샴푸할 때마다 세상이 더러워질수록 스스로 더 깨끗해져야 한다는 지혜를 얻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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