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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편집국에서] 역동적 경제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박현

등록 2017-05-28 18:16수정 2017-05-28 19:05

박현
경제에디터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 청사진은 상당히 야심차다. ‘제이노믹스’로 지칭되는 문 대통령의 ‘사람 중심 경제’ 비전은 기업에 자원을 몰아줘 성장하던 개발연대 이래의 성장 방식에서 벗어나 사람에게 투자해 성장과 분배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것이다. 그는 한 토론회에서 “수출 대기업 중심의 외바퀴 성장에서 소득 주도 성장, 일자리 성장, 동반 성장, 혁신 성장 중심의 4륜구동 성장으로 경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전환이 성공한다면 우리 경제사에서 혁명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문제는 각론이다. 기득권 세력의 저항을 넘어 이를 성취할 수 있는지 여부는 지도자의 강력한 의지와 함께 주도면밀한 실행능력에 달려 있다. 과거 김대중 대통령도 외환위기 이후 죄인이 되다시피 한 재벌을 대상으로 개혁을 밀어붙였으나 결과는 재벌 체제의 공고화로 나타난 바 있다. 지금은 저성장과 불평등, 고령화로 대변되듯 한국 경제가 구조적 한계에 직면한데다 정경유착 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만큼 개혁의 분위기는 외환위기 때만큼 무르익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많은 과제가 있지만 경제 패러다임의 전환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개혁이 이뤄지려면 집권 초기에 크게 세 가지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첫째는 재벌 개혁이다. 범 4대 재벌의 자산이 국가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분의 1에 달할 정도로 경제력 집중이 심각한 수준이다. 더구나 3·4대까지 이어지는 재벌가의 편법 승계는 생물학적인 후손 증가와 함께 방계 기업의 확대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경제력 집중과 재벌가의 경영권 세습 및 확산은 우리 경제의 활력을 크게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세계 최대 규모인 미국 경제가 여전히 역동성을 유지하는 데는 석유·전기통신 등 거대 독과점그룹을 과감하게 분할시키고, 재벌이 2·3대로 넘어갈 때 대부분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한 데 힘입은 바 크다는 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둘째는 대기업-중소기업 간 임금격차 축소다. 지금 둘의 관계는 단순히 기울어진 운동장 수준을 넘어 절벽에 가깝게 경사진 운동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청 대기업은 하청 중소기업의 납품단가 조정을 통해 사실상 이윤까지 ‘관리’하는 반시장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조사 결과를 보면, 원청 대기업 임금이 100만원 오를 때, 하청 중소기업의 임금 상승은 6700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중소기업 노동자의 소득 증가는 불평등 완화는 물론, 청년 실업을 줄이는 유력한 방편이다. 이를 위해선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엄격하게 처벌함으로써 불공정 행위로 얻는 이익보다 손해가 막심하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셋째는 창업 국가 건설이다. 미국의 구글·페이스북, 중국의 바이두·샤오미 등은 신생 기업들이지만 지금 세계를 호령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이런 신생 기업들의 초고속 성장은 본격화할 전망이다. 그런데 이들의 성장 배경에는 국가와 민간의 지원으로 조밀하게 짜인 창업 생태계가 있다. 우리도 1990년대 말 벤처붐으로 기술 기반 창업 생태계를 구축한 바 있으나 이후 과열 후유증으로 침체에 빠져 있다. 새로운 기술 기반 창업 붐을 조성하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유능한 인재들이 창업이라는 모험을 할 수 있도록 기반을 갖춰줘야 한다. 벤처캐피털 활성화를 통해 창업 초기 자금 조달 여건을 개선하고, 사회안전망 강화와 연대보증 폐지 등으로 실패하더라도 재기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이 과제들은 모두 우리 경제의 역동성을 되살리는 것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경제가 역동적으로 돌아가야 문 대통령이 ‘1호 공약’으로 제시한 일자리 창출도 가능해질 것이다.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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