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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고] 외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왜 교육다양성 실현일까

등록 2017-06-22 17:56수정 2017-06-22 20:54

성열관
경희대 교육대학원장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외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논쟁이 뜨겁다. 고교 평준화 정책을 보완하기 위한 명분으로 등장했지만, 의도와는 다르게 고교서열화를 부추기고 초·중학교 사교육비를 증가시키며 소수의 특권층을 위한 학교로 전락한 외고·자사고에 대해 대대적인 개혁의 바람이 불고 있다. 벌써부터 몇몇 시·도교육감들은 외고·자사고를 폐지한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하고, 외고·자사고와 일반고 입시를 동시에 실시한다는 입장까지 발표된 상황이다.

물론 이러한 흐름에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외고·자사고가 학교선택권 확대에 기여하였으며, 고등학교 교육의 수월성을 제고하는 성과를 가져왔다고 얘기한다.

그러나 이들이 주장하는 학교선택권 확대, 다양화, 수월성 교육은 선택받은 일부 소수의 사람들만이 영위하는 특권과 같은 것이다. 고교에서부터 학생들을 계층으로 나누는 것이 과연 교육다양성을 실현하는 길일까? 기본적으로 ‘다양성’의 가치는 사람들이 서로 간에 동등한 입장에서 다름을 인정하는 환경이 전제될 때에 달성할 수 있다. 그러나 외고·자사고에 입학하려는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그 경쟁을 통과한 사람들만이 다양성과 수월성을 영위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모든 학생, 나아가 모든 국민에게 동등한 기회를 제공하지 않으려는 것과 같다.

또한 외고와 자사고가 학생들을 우선적으로 선발할 수 있는 권한을 누리는 것은 학생들을 고등학교 입시 준비 단계에서부터 사교육 등 별도로 가외의 교육을 받도록 강요하는 것과도 다름없다. 물론 일각에서는 자기주도학습전형 등을 통해 고입 사교육 유발 여지를 없앴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외고와 자사고가 ‘우선선발권’을 통해 학생을 뽑는다는 것이 주는 사회적 신호는 어떤 것이겠는가? 어떤 학생이든 동일한 시기에 원하는 학교를 선택하여 진학하는 구조가 아닌, 학교의 선발권이 우선시되는 한국의 고등학교 입시 구조에서 우선선발권이 갖는 사회적 신호의 사교육 유발 효과는 상당하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현행 외고, 국제고를 비롯하여 자사고를 일반고라는 틀 안으로 전환하여 모든 학생들에게 다양한 고등학교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가야 할 때가 왔다.

다만 외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은 그 전략에 있어서 ‘디테일’이 필요하다. 일반고 전환의 당위성과 기대효과에 대한 시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일반고, 외고, 국제고, 자사고 동시선발, 추첨선발 등을 통해 학교 간 서열화를 완화하는 것이 먼저다. 그런 다음 종국에는 고교체제를 일반고와 특성화고로 단순화해가는 것이 필요하다. 아울러 외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과 함께 학생과 학부모들이 일반고 교육에 대한 신뢰감을 가질 수 있도록 정부, 시·도교육청 차원의 적극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또한 자유학기제에서 발견한 학생의 소질과 적성을 고등학교 단계에서도 찾을 수 있도록 고교 학점제 도입과 연계한 교육과정 다양화를 내실 있게 추진해야 한다. 고교 학점제는 단순히 학생의 과목 선택권을 확대하는 차원에서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교사에게 교육과정 운영 자율성을 부여하고, 학교 밖 경험을 학점으로 인정할 수 있도록 하며, 예술, 인권, 인문학 소양, 사회적 실천 등 다양한 교육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왜 외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이 진정한 교육다양성 실현인지에 대해 국민들을 잘 설득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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