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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전우용의 현대를 만든 물건들] 발전기

등록 2017-07-19 18:29수정 2017-07-19 21:13

전우용
역사학자

전기(電氣). 문자 그대로 풀면 ‘번개의 기운’이라는 뜻이다. 고대 그리스 로마에서 신들의 왕 제우스는 번개를 무기로 삼아 온 우주를 다스렸다. 땅에 떨어지는 번개가 벼락인데, 우리말에서는 ‘벼락 맞을’이 ‘천벌 받을’과 같은 뜻이다. 우리 선조들에게도 번개는 하늘의 신이 지상의 죄인을 정밀 타격할 때 쓰는 무기였다.

인류가 천지간에 빛과 열과 힘을 아울러 가진 오묘한 기운이 있다는 사실을 안 것은 태곳적부터였으나, 그 정체를 알고 이용하기까지에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다. 기원전(B.C.) 600년, 그리스의 탈레스는 보석의 일종인 호박을 문지르면 깃털 같은 가벼운 물체들이 달라붙는 현상을 발견했다. 엘렉트론(electron)은 그리스어로 호박이라는 뜻이었는데, 이후 이런 마력을 가진 물건과 물질들의 이름에 일반적으로 붙는 접두어가 되었다.

16세기 이후 인간이 과학적 이성을 무기로 종교적 불가지론에 맞서는 과정에서 전기의 신비도 한 꺼풀씩 벗겨졌다. 1831년, 영국의 패러데이는 전자기 유도 현상을 발견하여 이 위대한 힘을 생산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1866년 독일인 지멘스는 전자석을 이용한 대형 발전기를 발명했고, 1882년에는 미국인 에디슨이 뉴욕 도심부에 최초의 상업용 화력발전소를 건설했다.

우리나라에서는 1866년 경복궁 향원정에 에디슨 상사의 발전기가 처음 설치되었고, 1899년에는 동대문 안쪽, 현재 제이더블유(JW)메리어트 호텔이 서 있는 자리에 화력발전소가 건설되었다. 당시 동대문 발전소의 설비 용량은 200㎾, 그로부터 120년이 채 안 된 지금 남한의 발전 설비용량은 100GW를 넘어섰다. 무려 500만 배가 넘는 증가다. 지난 150년간 지구상에서 생산량이 가장 빠르게 늘어난 것이 전기다.

프로메테우스가 신에게서 훔쳐 인간에게 건네준 불은 인간을 다른 동물과 구별되는 존재로 만들어주었으나, 인간은 그에 만족하지 않았다. 그들은 마침내 신의 무기를 제조하는 방법을 스스로 찾아냄으로써 신의 권능을 확보했다. 오늘날 인류의 오만을 뒷받침하는 물건들은, 거의 모두가 전기로 작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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