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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장화와 정치인 / 임석규

등록 2017-07-23 16:03수정 2017-07-23 18:51

태풍 피해 지역을 찾았다가 수행원 등에 업힌 채 ‘어부바’로 웅덩이를 건넌 일본 관료가 있었다. 재선 의원에 차관급이던 무타이 혣스케 정무관. 2015년 9월 이와테현에서 있었던 일이다. 사죄 끝에 간신히 위기를 모면했는데, 6개월 뒤 실언이 매를 벌었다. “그 뒤에 정부기관들이 장화를 잘 갖춰놨다는 얘기를 들었다. 아마 장화업계는 꽤 (이득이) 많이 남았을 것”이라고 했던 것. 비난이 쏟아졌고 결국 사퇴했다.

(사진출처: JNN뉴스)
(사진출처: JNN뉴스)
홍수 피해 상황을 점검한다며 사람 손가마에 올라탄 인도 정치인도 있었다. 마디아프라데시주의 시브라지 싱 초우한 총리. 지난해 8월 경찰 2명이 손을 맞걸어 만든 손가마를 타고 웃는 표정으로 개천을 건너는 모습이 공개됐다. 지금도 주 총리로 재직 중이다.

잉락 친나왓 전 타이 총리는 2011년 최악의 홍수 때 250만원 안팎의 버버리 장화를 신고 현장을 둘러보다 눈총을 받았다.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국 국무장관은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뉴올리언스가 물에 잠겼을 때 뉴욕에서 한가롭게 쇼핑하며 페라가모 구두를 사는 모습이 포착돼 구설에 올랐다. 라이스는 나중에 회고록에서 “부시 행정부 최고위급 흑인이던 내가 무슨 생각에서 그런 일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자책했다.

장화 신는 방법 때문에 욕을 먹기도 한다. 지난 19일 청와대 여야 대표회담에 불참한 채 청주 수해지역을 방문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경우다. 누군가에게 발을 쑥 내밀어 손도 대지 않고 장화 신는 장면이 공개됐다. 홍 대표 쪽은 허리가 불편해 도움을 좀 받았다고 해명했지만 온라인 공간에선 ‘황제 장화’ 패러디가 속출했다.

정치인이 홍수 지역을 찾는 건 ‘현장 리더십’을 선전하려는 목적일 텐데, 홍보는커녕 점수를 왕창 까먹는 일이 왕왕 벌어진다. 현장 점검 이전에 사람 대하는 자신의 태도부터 점검해볼 일이다.

임석규 논설위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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