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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전우용의 현대를 만든 물건들] 배터리

등록 2017-07-26 18:20수정 2017-07-26 20:42

전우용
역사학자

난센스 퀴즈. 세상에서 가장 작은 연못은? 정답은 전기가 고인 연못인 전지(電池, battery)다. 오늘날 직경이 밀리미터(㎜) 단위로까지 축소된 이 물건에 연못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최초의 현대식 배터리가 전해질 액체에 금속을 넣은 형태였기 때문일 것이다. 전기가 물과 특히 친한 것도 하나의 이유였을 테고.

전기는 빛, 열, 소리, 힘 등 다른 에너지로 잘 변하고, 변화 과정에서 오염 물질을 생성하지 않으며, 미세한 동작을 조절하기도 쉽다. 전기는 가장 깨끗하고 편리한 에너지이지만, 전선이 연결되는 곳에서만 동력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약점이자 결점이다. 이 문제를 제한적으로나마 해결해 주는 것이 배터리다.

1936년, 바그다드 인근에서 철도를 건설하던 인부들이 철과 구리 막대가 들어 있고 전류가 흐르는 파르티아 왕국(기원전 247~기원후 226) 시대의 질그릇을 발견했다. 후일 ‘바그다드 배터리’로 명명된 이 물건이 인류 최초의 배터리로 추정된다. 하지만 ‘인류 최초의 것들’ 상당수가 그렇듯이, 이 물건 역시 아직 미스터리의 베일에 덮여 있다.

작동 원리에 대한 해석과 결합한 현대적 배터리는 1800년 이탈리아의 볼타가 처음 만들었다. 은과 아연, 바닷물과 종이로 만든 이 물건은 문자 그대로 ‘작은 연못’과 비슷했다. 충전이 가능한 2차 전지는 1859년 프랑스에서, 고체 전해질을 사용하고 금속 덮개를 씌운 마른 전지(건전지) 역시 1877년 프랑스에서 발명되었다.

배터리가 이 땅에 도입된 것은 1910년대 말께로 보인다. 1918년 <매일신보>는 ‘전지로 빛을 내는 전구가 달린 연필’을 편리한 신생활용품으로 소개했다. 이후 한동안 손전등, 무선전신 등에 제한적으로 쓰이던 배터리는 20세기 중반 이후 대용량화와 소형화의 길을 걸어 건물 밖의 전기 전자 생활 시대를 열었다.

휴식과 재충전(再充電)이 동의어가 된 지도 꽤 오래됐다. 현대인은 배터리로 작동하는 기계가 자신의 진화 방향임을 직감하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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