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새 대표 선출을 위한 8·27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하기 위해 마이크를 잡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욕이다. ‘제기랄’ 또는 ‘헛소리’란 뜻이다.
이상돈 국민의당 의원이 지난 7일 <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안철수 전 대표를 향해 한 말이다. 사회자 김어준씨가 안 전 대표가 출마 선언에서 언급한 ‘극중주의’와 본인을 ‘안중근 의사’에 비유한 것 등에 대한 의견을 묻자, “그거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말이 안 되는 얘기”라며 이렇게 표현했다.
‘불싯’은 유럽에서 17세기 무렵부터 속어로 쓰였다. 굳이 유래를 따지자면, 목동들이 소똥(bull shit)을 치우며 내뱉은 푸념이다. 당시 소똥은 아무 짝에도 소용없을 뿐 아니라, 얼른 치우지 않으면 풀밭을 뒤덮어 소가 뜯어 먹을 풀이 없어진다. 냄새는 진동하고, 치워도 치워도 계속 나온다. 싯(shit)에는 ‘여기저기 내갈기다’라는 어감이 내포돼 있다.
미국 프린스턴대 철학과 명예교수인 해리 프랭크퍼트는 저서 <헛소리에 대하여>(On Bullshit)에서 ‘거짓말’과 ‘헛소리’를 구분했다. “거짓말쟁이의 눈은 (최소한) 사실을 향해 있지만, 헛소리꾼은 사실에 신경 쓰지 않는다. 자기 목적에 맞도록 그 소재를 택하거나 가공해낼 뿐”이라고 했다. ‘거짓말’은 사실이 드러나면 생명이 끝나지만, ‘헛소리’에는 약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헛소리가 거짓말보다 더 나쁘다”고 했다.
안 전 대표는 출마를 만류하는 의원들에게 “이번에 대표가 되면, 생각해 놓은 프로그램대로 하면,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다. 의원들은 “벽 보고 얘기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안 전 대표 머릿속에 ‘제보조작 사건’ 책임은 이미 사라졌고, 지난해 총선 승리 기억만 가득 찬 듯하다.
경영컨설턴트 짐 콜린스는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에서 기업 몰락 다섯 단계를 설명한다. 1단계 성공으로부터 자만심 생겨남, 2단계 더 많은 욕심, 3단계 위기 가능성 부정, 4단계 ‘한 방’에 해결할 묘안 추구, 5단계 몰락.
권태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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