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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벼랑 끝 전술 / 임석규

등록 2017-08-14 17:41수정 2017-08-14 19:01

“전쟁을 피하려 하거나 벼랑 끝(brink)에 가는 것을 두려워하면 패배한다.” 아이젠하워 공화당 정부의 ‘냉전 전사’ 덜레스 국무장관이 1956년 <라이프>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이던 애들레이 스티븐슨이 여기에 ‘벼랑 끝 전술’(brinksmanship)이란 딱지를 붙였다. 무모함을 조롱하는 표현이었는데, 이후 국제정치 용어로 정착했다.

고전적 사례가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다. 미국과 소련은 핵전쟁 일보 직전의 벼랑 끝에서 대치했다. 존 에프 케네디 대통령이 소집한 비밀 대책회의가 연일 열렸다. 처음엔 다수가 쿠바의 소련 핵시설 선제공격을 지지했다. 문제는 핵전쟁으로 번질 위험이었다. 군인들은 선제공격론을 거두지 않았지만 토론이 이어질수록 점진적 대응론이 세를 얻었다. 결론은 공격이 아닌 봉쇄였다. 케네디는 “민간인의 군부 통제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고 술회했다.

소련 군부도 강경하긴 마찬가지였다. 흐루쇼프가 핵전쟁 억제 방책을 묻자 군 수뇌부는 그를 마치 ‘정신이 나간 사람’ 보듯 했다. “난 속으로 ‘이런 미친놈들, 지옥에나 떨어져라’라고 생각했소.” 흐루쇼프가 털어놓은 얘기다.

미국과 소련의 두 지도자는 냉철하고 신중했다. 막후에서 절충하고 타협도 했다. 흐루쇼프는 케네디에게 터키에 배치된 미사일 철수를 공개적으로 압박했다. 케네디는 비밀 유지를 조건으로 ‘6개월 뒤 철수’를 은밀히 약속했다. 흐루쇼프는 치욕적 후퇴에 대한 혹독한 비판을 당하면서도 끝까지 이 비밀을 지켰다.

미국의 북한 선제공격론이 끊이질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장전됐다”는 경고까지 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곧 괌 포위사격안을 보고받을 것이다. 자신들이 대재앙에 기여할지 모른다는 사실을 꿰뚫어볼 통찰력이 벼랑 끝에서 대치 중인 두 사람에게 있는지 모르겠다. 케네디와 흐루쇼프처럼 말이다.

임석규 논설위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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