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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권력과 뇌물 / 조일준

등록 2017-08-28 17:39수정 2017-08-28 19:06

뇌물은 권력을 따라 은밀하게 흐르면서 거래 당사자의 이익을 사회적 비용으로 떠넘긴다. 50유로 지폐 다발을 악수하며 건네는 손 이미지.  위키피디아
뇌물은 권력을 따라 은밀하게 흐르면서 거래 당사자의 이익을 사회적 비용으로 떠넘긴다. 50유로 지폐 다발을 악수하며 건네는 손 이미지. 위키피디아
“어떤 자가 곡물이나 금전을 뇌물로 받은 증거가 있으면 그 사건의 형벌로 처벌한다.”(기원전 18세기 함무라비 법전 제4조) “판사나 법적으로 임명된 중재인이 뇌물을 받고 판결을 하면 사형에 처한다.”(기원전 5세기 로마12표법 중 9표) 3600년 전 중국 최초의 왕조를 연 은나라 탕왕도 7년간 가뭄이 이어지자 ‘6가지 잘못’을 적어놓고 반성했는데 그중 하나가 “뇌물이 성행하지 않았는가”였다.(임용한 외 2인, <뇌물의 역사>)

이미 고대국가 시절부터 뇌물 수수가 횡행한 증거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기록도 있다. 1997년 네덜란드 고고학자가 시리아의 락까에서 150개의 설형문자판을 발견했다. 기원전 13세기 아시리아 문명 시기로 추측되는 이 문자판은 지금으로 보면 정부(내무부)의 업무기록이었다. 여기엔 고위 관료를 포함해 당시 뇌물을 받았던 관료 명단과 뇌물 액수 같은 것이 기록되어 있었는데, 심지어 왕자의 이름도 포함되어 있었다.(김정수, <걸리버 프로젝트, 그 완성을 위하여>) 공직사회의 부정부패와 뇌물에 골머리를 썩은 건 동서고금이 따로 없었던 모양이다.

우리도 예외가 아니다.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뇌물 관련 사건만 3000건에 이른다고 한다. 1477년엔 성종이 양성지를 감찰 최고위직인 대사헌에 임명하자 사헌부에서 반대 상소가 쏟아졌다. 그가 이조판서로 있던 6개월 새 뇌물을 바치는 자들로 집 앞이 시장터처럼 붐볐으며, 받은 뇌물이 말 다섯 마리에 실을 정도여서 ‘오마판서’라는 별명도 얻었다는 내용이다. 지난주 법원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뇌물 공여 등 다섯 가지 혐의를 모두 인정해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삼성 뇌물 사건을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의 부도덕한 밀착이 사건의 본질”이라고 밝혔다. 시대가 바뀌었음을 보여주는 표징 같다.

조일준 디스커버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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