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눈을 의심했다. 처음엔 오타가 난 줄 알았다. 9.5%도 기가 찰 노릇인데 합격자의 95%가 ‘빽’을 동원했다니 말문이 막혔다. 강원랜드의 ‘채용 비리’는 충격 그 자체다. 채용 비리가 조직적으로 저질러진 2012~2013년 강원랜드 인사팀장이 하루에 받은 청탁 전화·문자가 200통이 넘은 날도 있었다고 한다. 당시 신입사원들끼리 “너는 누구 빽으로 들어왔니? 나는 ○○○ 빽이야”라고 그냥 자연스럽게 얘기했다고 한다. 공공기관 곳곳에서 채용 비리의 악취가 진동한다. 감사원은 5일 공공기관 53곳을 감사한 결과, 대한석탄공사 한국디자인진흥원 한국석유공사 등 5곳에서 채용 비리를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사장 조카, 원장 지인의 딸, 국회의원 비서관, 노조위원장 딸이라는 이유로 자격 미달인 지원자들이 채용됐다. 합격자를 사전에 정해놓고 점수를 조작하거나 채용 절차 도중에 전형 방법을 바꿨다. 그래도 안 되면 합격자 수를 늘렸다. 온갖 편법과 불법을 동원한 것이다. “이게 공채냐”는 말이 절로 나온다. 고용이 안정되고 고임금을 받는 공공기관은 청년들에게 ‘꿈의 직장’이다. 이 꿈의 직장이 힘있는 자들의 먹잇감이 돼버렸다. 청년 실업이 사상 최악이다. 통계청이 13일 발표한 ‘8월 고용 동향’을 보면, 청년 실업률이 9.4%로 1999년 이후 가장 높았다. 구직단념자와 취업준비생까지 포함한 ‘체감 실업률’은 22.6%다. 청년 4명 중 1명이 실업자다. 합격은 둘째 치고 면접이라도 한번 봤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하는 청년이 부지기수다. 지원서를 수없이 내보지만 번번이 서류전형에서 탈락한다. 빽이 없는 ‘흙수저’ 청년들은 ‘금수저’들의 들러리 노릇을 한 줄도 모르고 자신의 능력 부족을 한탄하며 낙담한다. 채용 절차가 공정했다면 합격했을 청년들의 억울함은 또 누가 어떻게 풀어줄 것인가.
채용박람회에서 면접 방법을 배우고 있는 취업준비생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