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자 고대 중국인들은 사람을 천지음양의 기운이 응집된 특별한 생명체로 취급했다. 사람의 몸에 들어온 하늘의 기운이 혼(魂)이며 땅의 기운이 백(魄)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언제부터 이런 생각을 중국인들과 공유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혼이 순우리말 ‘얼’에, 백이 ‘넋’에 대응한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20세기 초에 인간의 마음이 이드(id), 에고(ego), 슈퍼에고(superego)의 세 층위로 구성되어 있다고 분석해서 현대 정신분석학과 심리학의 비조(鼻祖)가 됐지만, 한국과 중국에서는 그보다 훨씬 전에 인간의 마음을 나누어 본 셈이다. 혼과 백은 사람이 살아 있는 동안에는 몸 안에서 공존하나 죽은 뒤에는 각자 제자리로 돌아간다. 혼은 일단 죽은 사람의 위패에 깃들었다가 하늘로 올라가며, 백은 죽은 이의 몸과 함께 땅속에 묻혔다가 몸이 썩으면 흙으로 흩어진다. 그래서 혼비백산(魂飛魄散), 즉 ‘혼은 날아가고 백은 흩어진다’고 한다. 제사는 혼에게 문안드리는 예이며, 성묘는 백을 보살피는 예다. 죽은 이의 혼백이 지상에 영원히 머물지 않기에 제사와 성묘에도 기한이 있다. 하지만 죽은 이의 시신을 바로 태우는 건 백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다. 연고자 없는 거지가 죽어도 나라에서 묻어주는 것이 도리였다. 영육관과 내세관이 이와 다른 불교 승려들만이 화장을 택했다. 우리나라에서 예의를 갖춰 일반인을 화장하기 시작한 건 일본인들이었다. 서울에서는 1902년 신당동에 처음 일본인용 화장장이 건립되었는데, 절대다수 한국인들은 화장을 오랑캐의 문화로 취급했다. 그러나 6·25 전쟁 중에는 그 예의를 지킬 수 없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전사자들의 시신이 화장되어 유골함에 담겨서는 유족에게 전달되었다. 오늘날에는 조상을 화장한 후 나무나 도자기로 만든 작은 함에 넣어 납골당에 보관하는 사람이 급증하고 있다. 언제 참배를 그만둘지 기약도 없이. 유골함은 몸과 마음에 대한 한국인의 생각에 근본적인 변화가 생겼음을 보여주는 물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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