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재단사람·HIV/AIDS 인권활동가 네트워크 포털 사이트 실검(실시간 검색) 1위를 차지할 만큼 사람들이 에이즈에 대해 보이는 관심이 폭발적이었다. 소위 ‘에이즈 감염 여중생 성매매 사건’이 알려지고 거의 모든 언론사들이 앞다투어 성매매, 채팅앱,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 감염된 10대, 성구매 남성 추적이라는 키워드로 관련 기사를 생산해내고 있었다. 질병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을 이용해 ‘성구매 남성 추적 실패’, ‘감염인 관리 구멍’과 같은 자극적인 제목으로 기사 클릭수를 높이는 사이 에이즈에 대해 제대로 알 수 있는 진짜 정보는 실종돼 버렸다. 거주 지역을 공개하고, 학교를 찾아가 책임을 추궁하기는 쉬웠겠지만 여중생이 어떤 경위로 HIV 감염 사실이 노출되었는지, 조건만남을 할 수밖에 없었던 조건은 무엇이었는지, 현재 심리상태는 어떠한지, 구체적 지원 계획은 있는지, 왜 10~20대 청소년 청년들이 HIV 감염에 더 쉽게 노출되는지 궁금해하는 언론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지난 13일 질병관리본부 국정감사가 있었다. 이 자리에는 HIV 익명검사 제도를 부정하는 근거로 “HIV 감염인이 창녀촌을 돌아다니면서 에이즈 테러를 일으키고 있다”고 주장하는 참고인이 등장했다. 정부가 감염인에게 항바이러스 치료를 지원하는 것을 두고 “귀족환자”, “세금폭탄” 운운하며 건강보험 제도를 부정하는 발언도 했다. 일부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주고받는 질의·답변에 거짓 정보가 넘쳐났고, 위험한 발언이 쏟아졌다. 언론은 국정감사 현장을 검증 없이 보도하기 바빴다. 에이즈는 더 이상 죽음의 병이 아니다. 감염 경로가 명확한 전염성 질환이기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감염되지 않는다. 만성질환처럼 관리만 잘하면 기대수명도 일반인과 비슷하다. 항바이러스 치료만 잘 받아도 누군가를 감염시킬 가능성이 거의 없다.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만 봐도 쉽게 알 만한 정보다. 나아가 유엔에이즈(UNAIDS)는 인권과 성평등이 보장돼야 에이즈 예방이 가능하고, 치료가 예방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10월9일 유엔 자유권위원회는 한국 정부에 HIV 감염인이 차별 없이 치료를 받고 건강을 향유할 권리를 보장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HIV 감염인, 에이즈 환자들의 삶은 어떤가. ‘사회적 죽음’과 사투를 벌이며 살아간다. 병원 진료를 거부당하는 현실, 질병 노출에 대한 두려움, 쌓여가는 배제의 경험은 내재적 낙인으로 이어진다. 감염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사회는 감염인 인권을 부정하게 만든다. 2012년 질병관리본부는 ‘언론과 미디어를 위한 HIV/AIDS 길라잡이’ 자료를 개정판으로 발간했다. 이 자료를 보면 죽음을 연상시키는 ‘소나무 에이즈’라는 표현을 ‘소나무 재선충병’이라고 고쳐 정확한 의미를 전달하자는 제안부터 사회적 차별과 낙인을 부추기는 보도를 자제하고, 불안감과 공포감을 주는 흥미 위주 보도를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4페이지 정도 할애된 ‘에이즈 언론보도 시 체크사항’이라도 기자들이 읽었더라면 지금과 같은 보도는 아니지 않았을까. 최근 보도를 접하며 우리가 알게 된 정보는 무엇인가. 보건소에 가서 에이즈 검사라도 받아보겠다는 용기를 얻었나. 아니면 익명검사 절차라도 알게 되었나. 오히려 우리는 두려움과 공포심을 강화시킨 언론보도 때문에 정확한 사실에 근거를 둔 정보 접근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 않나. 이것은 국민으로서 알 권리가 침해당한 것이다. 더 이상 편견에 근거한 정보가 확산되지 않길. 무엇보다 감염된 여중생이 따가운 시선과 냉대가 아니라 따뜻한 돌봄 속에서 용기를 가지고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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