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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말글살이] 영어 절대평가 / 김하수

등록 2017-10-29 19:05수정 2017-10-29 19:24

외국어를 잘 가르치는 일도 그리 쉽지 않지만, 외국어 능력을 정확하게, 정밀하게 평가하는 것은 훨씬 더 까다로운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젊은이들의 미래에 큰 영향을 주는 대학 입시에서 외국어 시험을 출제하고 평가하는 것은 기술적으로도 고통스럽고 이론적으로도 매우 고민스러운 작업이다.

외국어 학습, 구체적으로 영어 공부 같은 것은, 본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그 ‘환경’이 더 큰 역할을 하기에 문제가 많다. 다시 말해서 영어 원어민과 접촉을 많이 할 수 있으면 더 유리하다는 것이다. 그것을 그 외국어에 ‘노출’된다고 말한다. 외국어에 노출시키는 것은 학습자 개인의 노력보다도 부모의 경제력에 의존하기 쉽다. 이것은 ‘교육적’으로는 매우 큰 문제가 된다. 부자들에게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그저 책으로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 외국어 학습의 기본이었다. 이럴 때는 부모의 경제력 차이가 영어 능력 향상에 그리 강하게 투사되지 않았다. 그러나 ‘실제로 말하는 능력’을 중시하면서부터 이렇게 교육 외적인 요소가 더 강한 영향을 주게 된 것이다. 또 ‘실제로 말하는 능력’에는 지능이나 지식의 영향보다는 감성과 교감 능력이 크게 작용한다. 그러다 보니 자칫하면 지적인 능력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결과적으로 부모의 재력을 평가하게 될 위험성이 크다.

김하수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
김하수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

다음번 수능시험에서부터는 영어 과목이 절대 평가로 바뀌게 되었다. 다행히 합리적인 대안을 찾은 셈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고교 영어 교육이 무한 경쟁으로 튀어나가지 못하게 안전장치를 단단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 고등학교에서는 기초를 탄탄하게 하도록 하고 대학에서의 ‘전문 영어’는 더 강화해야 한다. 전문 영어는 상대적으로 환경의 영향을 덜 받는다. 오히려 전공 분야에 대한 열정이 더 큰 영향을 끼친다. 훨씬 교육적이라고 할 수 있다.

김하수/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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