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는 허전하고 둘은 부족한데 셋이면 뭔가 채워지는 느낌을 준다. 그래서인지 특정 분야에서 두드러지는 인물을 꼽을 땐 ‘3인방’, ‘3총사’, ‘3대 ○○’ 하며 꼭 셋을 맞추려 한다. ‘조선 3대 도적’ 하면 연산군 때의 홍길동, 명종 때의 임꺽정, 숙종 때의 장길산이다. ‘3대 성인’은 예수, 석가, 공자요, ‘3대 기타리스트’라면 에릭 클랩턴, 제프 벡, 지미 페이지를 꼽는다.
안팎에서 ‘대통령 3인방’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 중인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가 ‘트럼프 대선캠프 3인방’을 기소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캠프 선대본부장이었던 폴 매너포트, 부본부장을 했던 릭 게이츠, 대선캠프 외교정책고문을 맡았던 조지 파파도풀로스다. 그러고 보니 트럼프는 존 켈리 비서실장,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 등 4성 장군 출신인 ‘해병대 3인방’에 둘러싸여 있다.
박근혜 정권 시절 ‘청와대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던 세 사람도 모두 수사, 재판에 내몰렸다. 수감 중인 정호성에 이어 안봉근 전 홍보비서관,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도 검찰에 체포됐다. 이들 ‘윗선’에선 ‘국정농단 3인방’이 있었으니 최순실, 김기춘, 우병우였다. 서로 정보와 도움을 주고받았고 때론 알고도 눈감아줬다. 검찰은 박근혜 정부 ‘국정원장 3인방’이던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세 사람의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도 했다.
<논어>엔 ‘세 사람이 같이 길을 가면 그중에 반드시 스승이 있다’는 ‘삼인행필유아사’(三人行必有我師)란 문구가 있다. 주변의 좋은 것은 본받고 나쁜 것은 고친다는 뜻이다. <한비자>엔 세 사람이 입을 맞추면 없는 호랑이도 만들어낸다는 ‘삼인성호’(三人成虎)라는 구절이 나온다. 여럿이 작당해 참을 거짓으로 꾸며낸다는 얘기다. ‘최순실, 김기춘, 우병우’와 ‘문고리 3인방’이 어느 쪽인지는 자명하다.
임석규 논설위원 sky@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