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국
리쓰메이칸대 경제학부 교수
지난 11월 미국 트럼프 정부의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 게리 콘이 기업의 최고경영자들과 모임을 가졌다. 참석자들에게 <월스트리트 저널>의 한 기자가 공화당의 감세안이 통과되면 기업들이 투자를 늘릴 계획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그러나 몇명밖에 손을 들지 않았고, 콘은 “다른 사람들은 왜 손을 들지 않는 거요”라고 말하며 멋쩍게 웃었다. 12월20일, 10년 동안 총 1조5천억달러의 세금을 깎는 트럼프의 감세안이 미국 의회를 통과했다. 이 감세안은 먼저 법인세를 35%에서 21%로 인하하고 상속세 면제를 확대했다. 또한 개인소득세를 적용받았던 부동산개발회사 등의 수익에 대해 20% 공제를 허용하고 기업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자금의 국내 반입 시 낮은 송환세를 도입했다. 개인소득세 최고세율을 인하했으며, 소득세의 표준적인 공제액을 늘리고 주세와 지방세의 공제한도를 설정하는 등 공제제도의 변경도 포함하고 있다. 트럼프의 이 감세정책을 한국의 보수언론이 더욱 환영하고 있는 것 같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의 초거대기업 법인세 증세와 비교하면서 미국의 법인세가 한국보다 낮아졌다며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각종 공제로 인해 실효세율은 법인세율과 다르고 미국에는 주세도 있으며 투자자산의 감가상각 처리도 달라서 한국 기업들의 세금 부담이 더욱 낮다는 현실은 제쳐두자. 무엇보다도 이들은 트럼프의 주장처럼 감세가 투자를 촉진하여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경제학의 여러 실증연구에 따르면 감세가 투자와 경제성장을 촉진한다는 증거는 미약하다. 글머리의 일화처럼 기업의 투자 결정에는 세금보다 경기나 매출액과 같은 다른 요인들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미국 기업들의 이윤은 크게 증가했지만 투자는 촉진되지 않았고 현금성 자산만 더욱 늘어났다. 1980년대 레이건의 감세도 성장을 촉진하는 대신 재정적자만 심화시켰고, 그들의 공급측 경제학은 무당경제학이었다는 비판이 높았다. 트럼프의 감세안에 대해서도 보수적인 경제학자들이 공개적인 지지서한을 쓰기도 했지만, 다른 경제학자들은 이들의 주장이 틀렸다고 즉각 반박했다. 최고의 경제학자들을 대상으로 한 시카고대 경영대학원의 조사에서도 트럼프의 감세가 10년 후 국내총생산(GDP)을 현재보다 크게 높일 것이라는 질문에 찬성한 이는 응답자의 2%에 불과했다. 의회의 초당적 기구인 합동조세위원회의 추정에 따르면 이번 감세의 성장효과는 10년 동안 지디피를 약 0.8% 증가시키는 데 그쳤으며, 다른 연구도 비슷한 결과를 보고한다. 반면, 트럼프의 감세는 부자감세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다. 여러 분석은 개인소득세 감세가 만료되는 2027년에는 중하위 소득계층을 중심으로 미국인의 약 절반이 세금을 더 낼 것이며, 상위 1%가 감세 이득의 약 80%를 차지할 것이라 보고한다. 사정이 이러니 트럼프의 감세안에 대한 여론은 최악이다. 평균적으로 반대가 52%로, 찬성보다 19%나 높아서 80년대 이후 증세를 포함한 어떤 세제개혁안에 비해서도 나쁘다. 그럼에도 트럼프 정부는 감세안을 급하게 통과시켜버렸다. 한 공화당 의원은 감세안을 통과시키지 않으면 후원을 끊겠다는 압력이 컸다고 말했지만, 이번 감세는 부자인 공화당 정치인들과 특히 트럼프 자신에게 엄청난 이득을 안겨주었다. 포퓰리즘으로 당선된 트럼프가 금권정치를 실천하고 있는 꼴이다. 결국 이번 감세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대신 더욱 불평등하게 만들 것이다. 이런 감세를 반기는 자들은 누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