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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한겨레 프리즘] 올림픽 단일팀 이후 / 박병수

등록 2018-01-21 17:12수정 2018-01-21 19:02

박병수
통일외교팀 선임기자

평창 겨울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을 둘러싸고 논란이 거세다. 에스엔에스(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 온라인을 중심으로 반대 의견이 활발하더니, 12일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올라와 21일 오후 참여인원이 4만6천명을 넘어섰다. 이들의 단일팀 반대 논리는 압축하면 그동안 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운동해온 선수들이 원래 출전권도 없던 북한 선수들 때문에 희생되는 것이어서 공정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조직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정부는 이런 지적에 난감해하면서도 평화 올림픽이라는 큰 틀에서 양해해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청와대 관계자는 18일 기자들을 만나 “한반도가 전쟁 위기를 겪던 때를 생각해보면 지금은 굉장히 행복한 일과 분위기를 경험하고 있다. 우리가 원하던 평화 올림픽으로 가고 있고, 꿈도 못 꾸던 북한의 참가를 논의하고 있는 큰 숲이라는 모양새를 좀 봐달라”고 말했다.

현재 단일팀에 대한 여론조사는 조사기관 간 편차가 큰 편이다. <에스비에스>(SBS)는 11일 여론조사 결과 단일팀에 대해 ‘무리해서 할 필요 없다’가 72.2%로 ‘가급적 구성해야 한다’를 압도했다고 보도했으나, 17일 인터넷 언론 <데일리안>의 조사에선 단일팀에 ‘찬성한다’가 44.1%, ‘반대한다’가 42.5%로 찬반이 팽팽했다. 두 조사 결과의 차이가 커 이것만으로 여론의 향배를 점치긴 어렵다. 그러나 적어도 1991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와 세계청소년축구대회 때 남북단일팀이 국민들의 기대와 격려를 받았던 것과 딴판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이런 분위기는 애초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6월 무주 세계태권도대회 개막식에서 북한의 평창 겨울올림픽 참가와 함께 남북 단일팀 구성을 제안했을 때도 예상하지 못했을 개연성이 크다.

사실 남북 단일팀 구성 논의는 1991년 이후에도 여러차례 있었다. 그러나 성사되지 못했다. 특히 남북관계가 좋았던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단일팀 선수 구성 방식 등을 놓곤 쉽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단일팀은 남북이 어렵게 이뤄낸 역사적 사건이다.

그럼에도 단일팀에 대한 거부감이 큰 배경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지난 10년 동안 남북이 대립하고 갈등하는 관계로 지속되면서 북한에 대한 국민 감정이 나빠진 사실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여론의 대북 인식 악화는 지표로도 확인된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의 ‘2016년 통일의식조사’를 보면, 북한을 ‘협력 대상’으로 보는 국민은 2007년 56.6%에서 2016년 43.7%로 준 반면 ‘적대 대상’으로 보는 인식은 6.6%에서 14.8%로 늘었다. 이번 논란은 정부가 이런 국민 인식상의 변화에 대한 신중한 고려 없이 밀어붙여 자초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어떻든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은 20일 남과 북,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협의가 순조롭게 마무리됨에 따라 공식 출범을 눈앞에 두게 됐다. 평창 올림픽을 남북관계 개선의 디딤돌로 삼겠다는 정부의 구상도 일단 시동이 걸린 모양새다. 그러나 갈 길이 멀다. 1991년 냉전 해체의 와중에 두 차례 성사됐던 남북 단일팀 구성의 분위기는 그해 말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이듬해 한-미 연합군사훈련 팀스피릿 중단 등으로 이어졌지만, 1993년 이른바 ‘제1차 북핵 위기’로 그냥 스러지고 말았다. 이번에도 스포츠 교류 이후를 전망하고 이를 현실화할 구상이 없다면 이런 전례에서 예외가 되긴 어려울 것이다.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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