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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말글살이] 올림픽 담론 / 김하수

등록 2018-02-04 18:02수정 2018-02-04 19:07

김하수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담론’이라 하는 말은 무언가에 대해 말하고, 설명하고, 주장하는 ‘이야기’의 뼈대와 흐름, 그리고 태도를 망라하는 개념이다. 사용된 말을 통해 그 사람의 가치관과 지향하는 바, 또 판단의 기준 등을 분석해 내기도 한다. 정치 담론, 종교 담론, 성 담론 등으로 그 범위와 주제를 나누기도 한다.

쉬운 예로 올림픽 담론을 들 수 있다. 메달 중심으로 본다든지, 국력을 비교한다든지, 개별 출전 선수들을 중심으로 본다든지 하는 것 말이다. 종종 가슴 찡한 미담, 속물적인 성공담도 있지만 가장 흔한 것이 아마도 메달 타령일 것이다. 그러나 그 뒤에 조용히 소곤거리는 이야기로는 메달보다 군 면제 이야기가 더 큰 관심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1980년 미국과 친미 국가들이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개입을 규탄하며 모스크바 올림픽에 불참했고, 소련과 그 동맹들은 1984년 엘에이(LA) 올림픽을 거부했다. 당시 스포츠 강국들의 신문에서는 계속 파행하는 올림픽의 기록이 과연 ‘인간의 최고의 기록’이 될 수 있는지 논쟁을 벌였다. 반면에 당시 한국 언론에는 절호의 기회에 메달을 더 딸 수 있게 됐다고 환호하는 기사가 실렸다. 수준 차이를 보여주는 무척 대조적인 두 가지 담론이었다. 서울 올림픽의 성공은 우리 노력 때문만이 아니라 이러한 세계적 반성의 결과이기도 하다.

평창 올림픽은 이러한 올림픽 담론의 수준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릴 수 있는 계기이기도 하다. 메달 빛깔이나 개수, 그리고 군 면제 같은 담론이 아닌, 더 많은 참여, 평화 지향, 긴장 완화 등 올림픽이 추구하는 어떠한 가치보다 더 귀한 담론들이 쏟아져 나올 수 있는 기회이다. 이 귀한 이야기 소재들을 정치적으로 오염시키며 판을 깨려는 막말 잔치는 집어치우자. 그것이 올림픽의 수준을 또 한 단계 끌어올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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