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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몽골 기병과 ‘코피전략’ / 임석규

등록 2018-02-05 17:10수정 2018-02-05 18:57

‘망구다이’는 몽골 기병이 뽐내던 ‘위장 후퇴술’이다. 이를 구사한 ‘소규모 특수부대’를 일컫기도 한다. 적진 코앞까지 뛰어든 망구다이는 형편없는 전투력을 선보이다 이내 말머리를 돌려 도망치기 바쁘다. 얕잡아본 적군은 추격에 나선다. 망구다이는 뒤로 돌아 화살을 날리며 싸우는 척을 하면서도 도주를 멈추지 않는다. 기세가 오른 적군은 전공을 차지할 욕심에 말고삐를 조이며 숨 가쁘게 뒤쫓는다. 문득 이상하다 싶은 의구심이 솟구칠 무렵, 엄청난 숫자의 몽골 본대가 바람처럼 눈앞에 나타난다.

몽골 기병의 전투 모습/웹사이트(REALM OF HISTORY) 캡쳐
몽골 기병의 전투 모습/웹사이트(REALM OF HISTORY) 캡쳐
유럽의 여러 군대가 같은 방법으로 몽골군에게 번번이 당했다. 망구다이의 위장 패배 연기가 워낙 출중했다. 유럽군은 그 소식을 전해 듣고도 또 속았다. 1241년 4월 폴란드에서 벌어진 ‘레그니차 전투’에서 망구다이는 잡힐 듯 말 듯 거리를 유지하며 무려 6일 동안이나 도주했다. 폴란드군, 독일 용병 등으로 구성된 4만의 유럽 연합군이 몽골 본진과 맞닥뜨렸을 때는 이미 지칠 대로 지친 상태라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궤멸했다.

망구다이(曼古歹)는 ‘붉은 전사’란 뜻이다. 망구다이 상당수는 도주하다 희생된다. 그래야 적군이 거짓 패주에 의한 유인 전술임을 눈치채지 못하기 때문이다. 미국 육군이 부사관 훈련 프로그램에 ‘망구다이 챌린지’란 이름을 붙였다. 한미연합사령부도 2011년부터 망구다이 연합훈련을 해오고 있다. 죽음을 무릅쓰는 망구다이의 용맹함을 본받겠다는 뜻일 것이다.

주한 미국대사로 내정됐던 빅터 차가 낙마하면서 ‘코피전략’이 유명해졌다. 반격당하지 않도록 코피를 내는 정도의 타격을 가한다는 전략이다. 적군에겐 피해를 주고 아군은 피 한 방울 안 묻히겠다는 전략은 현실에선 통하지 않는다. 전쟁에서 의도대로 움직여주는 적군은 없다. 북한 코피 터트리려다 남한 심장이 터지는 수가 있다. 13세기 몽골 기병보다 못한 코피전략이다.

임석규 논설위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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