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대 교수·전 경기도교육청 혁신학교추진위원장 우리나라 교육은 2009년 경기도교육청에서 새로운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 김상곤 당시 교육감의 경기교육은 ‘혁신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대한민국 교육개혁에 커다란 방향을 제시했고, 혁신학교는 그간 좌절감에 휩싸여 있던 공교육 개혁의 상징이 되면서 서울을 비롯한 전국으로 확산됐다. 경기도의 혁신교육은 학생, 학부모, 교직원이 민주적으로 참여하여 학교를 만들고, 모든 학생들이 평등하게 생각과 지성을 키워가는 창의지성 교육을 향유하도록 설계되었다. 희망을 잃어가던 공교육이 다양하고 격조 높은 교육을 제공함으로써, 공교육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보통 시민의 자녀가 더욱 똑똑해지도록 하는 프로젝트였다. 그들이 우리 사회의 중추로 성장해 민주, 평등, 공공의 가치가 살아 있는 대한민국을 주도하게 한다, 이것이 바로 2009년에 싹튼 혁신교육의 기본정신이다. 그러나 오늘날 혁신교육은 그 기본철학에서 멀어졌다는 비판이 많다. 가장 빈번한 비판은 ‘불통’이다. 불통과 군림은 관료주의를 불러오고, 학교 현장의 혁신 노력을 질식시킨다. 혁신교육이 고품격의 만족스러운 교육을 제공하지 못함으로써 학생과 학부모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부응하지 못한다면 도리어 경원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최근 일부에서 나타나고 있는 ‘혁신교육 피로감’은 이러한 정체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다. 2009년판 혁신교육은 서서히 ‘수명주기’를 다해가는 느낌이다. 이제 혁신교육 대전환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바로 ‘혁신교육 2.0’이다. ‘혁신교육 2.0’이란, 혁신교육 원래의 철학과 가치로 되돌아가되 위기와 정체에 빠진 ‘2009 혁신교육’을 미래지향적으로 뛰어넘으려는 노력이다. 그것은 ‘2009 혁신교육’에 뿌리를 두지만 교육의 내용, 교육 생태계, 그리고 교육혁신의 실현 방법 등에서 본질적 전환을 추구한다. 우선, 창의지성 교육을 중심으로 교육 내용을 본질적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혁신교육은 이제 수업과 공부에 대해 분명한 답을 해야 한다. 공부하지 않아서 행복한 학교란 있을 수 없다. ‘교과서형 지식’에 기초해 정답을 찾는 암기형 수업은 학생들의 인성과 미래의 꿈을 피폐하게 만든다. 촛불혁명 이후 시민 주도의 민주주의를 완성하고 4차 산업혁명을 인간에게 유리하게 이끌 수 있는 창의적이고 독립적인 시민을 길러내야 한다. 이를 위해 종합적인 ‘생각의 힘’을 키우는 창의지성 교육으로 공부의 프레임을 바꿔야 한다. 둘째, 학생과 교사가 학교에서 민주적인 삶을 살도록 교육 생태계를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 학교에서 온전한 민주주의와 보편적 복지를 보장해야 한다. 학생을 비롯한 교육주체들의 학교생활 만족도를 높게 끌어올리고, 학교를 참된 공동체로 변모시켜야 한다. 셋째, 공교육 전반을 선진화함에 있어서 혁신학교의 성과를 계승하지만, 개별 학교 단위의 접근을 넘어서 지역적 분권자치 교육공동체를 추구한다. 지방자치단체별로 적정 규모의 분권화된 교육공동체를 구축하여, 그 속에서 일반 초중고를 연계하고 유능한 교사의 지역 내 순환을 보장한다. 그리고 지역의 교육자산을 학교로 집중함으로써 일반 학교들에서 창의지성 교육을 한 차원 높게 구현하는 것이다. 올해는 혁신교육 1기를 마무리하고 2기를 여는 해다. 그간 혁신교육의 성과를 계승하고 대전환함으로써 혁신교육 2.0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 이 시대의 화두에 적확히 화답하면서, 학생과 학부모의 교육 만족도를 극대화할 창의지성 교육과 민주주의학교의 새 시대를 열 때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