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로 무장하면 더 안전해질 수 있을까.’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찰스 브래너스 박사 연구팀은 2003년 이 문제 연구에 도전했다. 2003년 10월부터 2년6개월간 필라델피아 지역에서 발생한 총기사고 3485건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총기사고가 발생하면 4일 이내에 피해자와 같은 연령대의 대조군을 찾아내 동일한 시간에 총기와 얼마나 가까이 있었는지 등을 인터뷰해 위험도를 확인했다.
피해자 집단 677명과 대조군 집단 684명을 찾아내 비교한 결과 ‘사고 당시 총기를 소유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총기사고를 경험할 위험이 4.46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위험한 상황에서 총기를 사용할 여지가 있었을 경우에는 총기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5.45배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총기가 있다는 이유로 자신의 대응 능력을 과대평가하고, 총이 없었다면 피했을 위험한 상황에 처하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김승섭 <아픔이 길이 되려면>) 결론적으로 ‘총으로 무장하면 총을 가진 범죄자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다’는 논리가 허구라는 것이다.
이런 연구가 아니더라도 매년 3만명 이상이 총기사고로 숨지는 나라라면 총기 규제에 나서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 미국은 수정헌법 제2조에서부터 개인의 총기 소유를 보장하고 있다. 여기에 총기산업에 종사하는 전미총기협회(NRA)의 정치후원금을 앞세운 의회 로비가 규제에 최대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최근 플로리다주의 한 고교에서 17명이 총기난사로 숨진 뒤 다시 총기 규제 여론이 높아지고 있으나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
세계 군사비 지출의 40%를 차지하며 무기시장을 좌지우지하는 것도 미국의 군산복합체다. 자기 땅에서 총기 규제도 못하는 그들이 남의 땅에서 더 큰 이해관계가 걸린 무기 줄이고 평화 만드는 일엔 적극 나설 수 있을까. 거듭되는 총기사고가 남의 일 같지 않은 이유다. 김이택 논설위원 ri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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