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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세상 읽기] 청년실업, 일본을 보라 / 이강국

등록 2018-02-26 18:15수정 2018-02-27 11:55

이강국

리쓰메이칸대 경제학부 교수

2월에는 대학의 졸업식이 있지만 대학 문을 나서는 청춘들의 얼굴은 취직 걱정으로 어두울지도 모르겠다. 현재 한국의 청년실업률은 9.9%이고 취업 희망자들을 포함한 실업률은 22.7%에 달하는데 현실은 아마 더욱 심각할 것이다.

3월에 졸업하는 일본 대학생들의 표정은 많이 다르다. 일부 대학을 대상으로 한 문부과학성의 조사에 따르면 작년 4월 취직을 희망하는 대학 졸업생들의 취직률은 97.6%였다. 전체 대학 졸업자의 취업 결과를 봐도 대학원 진학자 등을 뺀 졸업생 중 취직률이 약 90%여서 한국 대학생들이 부러워할 만하다. 일본의 청년실업률도 4.7%를 기록하여 선진국들 중 가장 낮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구조적으로는 오랫동안 진행된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일손이 부족해진 현실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일본의 대학생 취직률은 10년 전에도 약 97%였고, 불황으로 낮아진 2011년에도 약 91%였다. 그러나 인구구조가 전부는 아니다. 청년실업률도 전체 실업률을 따라 움직이며 경기가 침체되면 졸업생 중 취직 희망자의 비율이 낮아지는데, 그 수치가 2011년 66.5%에서 경기회복으로 작년 74.7%로 높아졌다. 전체 대학 졸업자 중 실제 취직자 비율도 2011년 이후 약 14%포인트 더 높아졌다.

이는 역시 정부의 일관되고 적극적인 거시경제정책에 기초한 일본 경제의 회복 덕분이다. 일본 경제는 최근 8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했고 작년 실업률은 1993년 이후 최저인 2.8%였다. 임금상승이 부진하다는 한계도 있지만, 지난 2년간 정규직 일자리들이 크게 증가하여 노동시장이 개선되고 있다.

나아가 일본 정부는 청년들의 삶과 노동시장의 격차를 개선하기 위해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동일노동 동일임금과 일하는 방식 개혁도 추진하고 있다. 이를 고려하면 한국도 곧 청년인구가 줄어들 테니 청년실업 문제가 개선될 것이라는 생각은 문제가 있다. 실제로 2009년 이후 한국의 25~29살 인구는 줄어들었지만 청년실업은 더욱 악화되었다.

일본이 한국과 또 다른 점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가 작다는 것이다. 일본의 남성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임금은 대기업에 비해 약 78%로 한국보다 격차가 훨씬 작으며 초임은 무려 97%에 달한다. 오랜 불황으로 일본 젊은이들의 기대가 낮아졌다고도 하지만, 일본의 대학 졸업생들이 지방의 중소기업에 선뜻 취업하는 데는 이런 이유가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의 낮은 임금과 후진적인 기업문화 앞에서 한국 청년들에게 눈을 낮추라고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한국 정부는 청년실업에 대응하여 주로 직접 일자리 창출에 힘써왔지만 한계가 컸다. 과거 일본 정부는 노동시장의 미스매치를 해소하기 위해 공공고용서비스와 같은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에 힘썼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이와 함께 심각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들도 요구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경기진작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거시경제정책이다. 정부 살림은 3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고 작년 세수는 정부 예산보다 약 14조원 더 걷혔다. 필요하다면 추경이나 국채 발행까지 포함하여 확장적 재정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재정지출에 보수적인 목소리가 여전히 높지만, 청년실업이 장기화된다면 잠재성장률도 낮아져 미래의 재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대통령도 최근 청년실업이 국가재난 수준이라며 특단의 조치를 주문했다고 한다. 우리 젊은이들의 얼굴에도 꽃 피는 봄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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