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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조한욱의 서양 사람] 여성의 날 이전의 여성의 날

등록 2018-03-08 18:14수정 2018-03-08 20:32

조한욱
한국교원대학교 역사교육과 교수

러시아가 지배하던 오늘날의 우크라이나 땅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떠난 한 유대인 가족의 네 딸 중에 테레사가 있었다. 열일곱의 이 소녀는 뉴욕의 외투 공장에서 노동자로 일하다가 노동조합에 가입했다. 사회주의에 대한 신념을 굳혀가던 그는 사회주의만이 여성을 해방시킬 수 있으며 여성의 전격적인 참여가 없이는 사회주의도 성공을 거둘 수 없다는 확신에서 사회당에 가입했다.

확실히 사회당은 양성평등이라는 대의명분을 고수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그것은 이론에 그쳤다. 실제로 사회당은 여성 노동자들에게 도움을 주지도 않았고, 그들의 관심사에도 냉담했다. 이렇게 테레사 맬키얼은 사회당 내부의 적들과도 싸워야 했다. 그의 무기는 말과 글이었다. 연설과 논문으로 그는 여성 노동자들을 일깨우며 결속을 도모했다. “일하는 여성들은 한편으로는 가장 큰 적인 자본주의 계급과 싸워야 합니다. 한편 그들은 동료 형제들로부터 도움을 받으려 하지만, 그들은 오히려 여성의 투쟁을 낙담시킬 뿐입니다.”

결국 여성은 여성 스스로를 지켜야 했다. 그는 사회당 내부에 여성의 분파를 만들었고, 여성들로 이루어진 진보 단체를 조직하며 여성들의 참여를 권유했다. 1910년에는 <블라우스 공장 파업자의 일기>라는 소설까지 썼다. 미국 태생의 여성 노동자가 이민 노동자들과 알력을 일으키지만, 결국은 그들 사이의 연대와 참정권 획득의 필요성을 절감해간다는 내용이다. 그 이듬해에 맨해튼의 블라우스 공장에서 큰 화재가 일어나면서 이 책이 각광을 받았다.

그는 미국 사회당 내부의 백인 우월주의도 신랄하게 공격하며 집회 장소에 입장을 거절당한 흑인들 앞에서 찬비를 맞으며 절규에 가까운 연설을 토로했다. “신이시여, 이런 종류의 사회주의자들로부터 우리를 구해주소서!”

1909년 2월28일 그는 “여성의 날”을 만들었다. 이것이 매년 3월8일에 기념하는 “세계 여성의 날”의 전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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