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매기 모른 식게’. 제주말로 ‘까마귀도 모르게 지내는 제사’라는 뜻이다. 4·3이 끝나고도 유가족들은 제사를 지내거나 응어리진 말 한마디조차 마음속에 움켜쥐고 쉽게 할 수 없었다. 그렇게 기억마저 잃게 되지 않을까 두렵던 70년의 세월. 지금의 우리는 이웃의 고통과 슬픔을 감시하고 힐난하는 게 아닌 공감하고 위로해줄 준비가 되었을까. 제주 4·3을 폭동이라 비하하고 세월호 추모공원을 납골당이라 말하는 사람들이 언제쯤 희생자들과 상처 입은 사람들 앞에 진심으로 사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주용성 사진가